[기자의 눈]정신 못차린 「골프 외유의원」

  • 입력 1997년 3월 29일 20시 15분


한보사태 등으로 나라가 뒤숭숭한데도 골프외유를 즐겨 지탄을 받고 있는 국회 통신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여야의원 5명은 지난 25일부터 4일간 뉴욕에 체류하는 동안 근신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들의 뉴욕행적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았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마중나온 한국통신 관계자를 시켜 사전 예약된 골프일정을 취소한 것은 시애틀에서의 골프가 국내에서 큰 말썽이 됐다는 소식을 들은 후의 일이다. 만약 시애틀에서의 골프가 말썽이 없었다면 의원들은 뉴욕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매일 골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투숙한 곳은 맨해튼에서 방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월돌프 아스토리아 호텔. 지난해 유엔창립 50주년 때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대통령이 묵었던 호텔로 주로 국가원수나 중동재벌들이 즐겨 사용하는 곳으로 이름나 있다. 국내 재벌총수들이나 국무위원들조차 이 호텔을 피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통신측은 정확한 방값에 대해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들 의원이 뉴욕에 머무르는 동안 한 일은 IBM연구소와 AT&T 등 두군데 통신회사를 방문한 것이 전부였다. 이 회사들은 국회의원들에게 회사현황을 브리핑하고 시설일부를 보여주는데 평균 1시간 남짓 걸렸다고 전했다. 의원들은 『통신개방에 대비한 입법업무상 소중한 자료를 받아냈다』고 방문성과를 주장했으나 회사측은 일상적 브리핑이외에 특별히 전문적 내용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전화통화에서 전했다. 이들이 떠난 후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한국통신의 돈으로 골프여행을 한 사람들이 비싼 전화요금에 대해 국회에서 제대로 따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을 골프외유에 초대하는 한국통신의 경제적 여유는 우리가 왜 국제 경쟁력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외국보다 비싼 전화요금을 물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규민<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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