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오클랜드]김종식/돈 펑펑쓰는「추한 한국인」

  • 입력 1997년 3월 28일 08시 13분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만명의 한국 관광객이 뉴질랜드를 방문해 1인당 하루 평균 3백6달러(약27만원)씩 쓰고 갔다. 이는 영국인이 하룻동안 지출한 62달러의 5배이고 일본 관광객보다 18%나 더 지출한 것이니 뉴질랜드로서는 한국 관광객이 최고의 고객인 셈이다. 한국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으로는 와이토모동굴과 로토루아온천이 있다. 와이토모동굴에는 수만마리의 개똥벌레가 천장에서 빛을 내기 때문에 어릴 때 시골에서 보던 여름밤 하늘을 연상케 한다. 로토루아에서는 달밤에 노천 온천욕을 즐기는 멋도 있지만 뜨거운 온천물이 30m나 솟구쳐 오르는 장관이 일품이다. 로토루아 시장은 한국 관광객들의 경제 위력을 실감하고 급기야 「코리아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했다. 바로 그 로토루아에서 근무하는 경찰이 한국 관광객 때문에 성이 났다는 기사가 뉴질랜드 최대 일간지인 뉴질랜드 헤럴드에 실렸다. 내용은 지난 2월 한국 관광객들이 파출소에 찾아와서는 여권과 지갑을 분실했으니 대사관에 전화 좀 하자고 해 허락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나온 전화요금 청구서를 보니 그들이 대사관 외에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4번이나 했다는 것이다. 정직하지 못한 한국 관광객에게 화가 난 뉴질랜드 경찰은 언론에 이 사실을 공개하면서 전화요금을 받아내고야 말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직하지 못한 것은 범죄보다 더 나쁘다고 씩씩거리면서 말이다. 한국 관광객들이 뉴질랜드에 입국하기 전부터 갖게 되는 가장 큰 걱정거리가 바로 이 정직성 문제인 것 같다. 『뉴질랜드는 정직한 나라라고 하는데 세관신고서에 식료품이 있다고 쓸까, 없다고 해버릴까』 『음식이 있다고 하면 줄을 서서 검열을 받아야 할텐데』 『뉴질랜드에는 논이 없고 뱀이 없고 인종차별이 없고 거짓말도 없습니다』 관광 가이드들이 한국 관광객에게 제일 먼저 해주는 뉴질랜드에 대한 소갯말이다. 김종식(오클랜드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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