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37)

  • 입력 1997년 3월 27일 07시 40분


제7화 사랑의 신비 〈23〉 『그러나 파리자드님, 그 식초가 있다고 마녀의 화원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식초 덕분에 이제 꽃 향기는 막을 수 있겠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들로부터 당신의 눈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말하는 새가 말했다. 그러자 파리자드가 말했다. 『그게 문제라면 장님처럼 눈을 감고 가면 될 거 아닌가?』 그러자 말하는 새는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그걸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요. 눈을 감고 가다가 행여 한 순간이라도 눈을 뜨기라도 한다면 당신은 그 황홀한 꽃들 앞에서 당장에 넋을 잃고 말 것입니다』 그러자 파리자드는 외쳤다. 『이 두 눈이 문제가 된다면 나는 차라리 눈알을 뽑아 장님이 될 테야. 이 무용한 눈알을 뽑아 오빠들을 구해낼 거야』 그러자 말하는 새는 감동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오, 갸륵한 파리자드여! 두 오빠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장님이 되겠다는 그 갸륵한 마음씨를 알라께서는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아름다운 얼굴에 두 눈을 빼어버린다면 그것은 결국 알라께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입니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알라께서 창조하신 것이니 당신 마음대로 훼손할 권리가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 『기다려 보기로 합시다. 기다려 보기로 합시다. 하늘에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부는 밤이 올 때까지 말입니다. 구름이 끼어 달빛도 별빛도 비치지 않는 밤이라면 당신은 그 꽃들을 보지 않고도 마법의 우물에까지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당신은 어둠 속에서 마법의 우물이 어디에 있는지 분간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바람이 불면 우물에 걸린 두레박이 흔들리면서 달그랑거리는 소리를 낼 것인데, 그 소리가 들려야만 어둠 속에 위치한 그 우물을 찾아갈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부는 밤이 되게 하여 달라고 알라께 기도하는 것 뿐이랍니다』 그러나 이 척박한 사막에서 구름 낀 밤을 기다린다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것만 같았다. 파리자드는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부는 밤이 되게 해달라고 알라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알라께서는 그녀의 기도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예사롭지 않은 조짐이 감돌기 시작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하늘에는 서서히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바람기라곤 없던 그 척박한 산기슭에는 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주위는 갑자기 어둑어둑 어두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걸 보자 말하는 새는 소리쳤다. 『오, 파리자드, 파리자드, 축복받은 자손이여! 알라께서는 당신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들어주셨습니다. 이제 출발합시다. 마녀의 우물이 있는 곳으로. 그러나 저는 거기까지 함께 갈 수는 없습니다. 마녀의 화원 입구까지만 당신을 데려다드리고 거기서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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