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이대론 안된다/결산좌담]경영 투명해야 소비건전

입력 1997-03-24 07:47수정 2009-09-27 01:4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정리〓박현진 기자] <<우리경제 경쟁력의 현주소를 정부 기업경영 노동 금융 소비 등 다각적인 현장접근을 통해 짚어본 「이대로는…」시리즈가 6회로 끝났다. 시리즈에서 지적된 내용을 중심으로 각 경제주체들이 경쟁력의 「족쇄」를 풀어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에는 이윤재(이윤재)재정경제원 경제정책국장 박철원(박철원)삼성물산부사장 김유선(김유선)민주노총정책국장 서형숙(서형숙)한살림운동이사가 참석했다.>> ▼박부사장〓동아일보의 이번 시리즈는 경제가 어려울 때 뭔가 고쳐보자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정부 기업 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극기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김국장〓각 부문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과 분석, 개혁방향이 아쉬운 시점입니다. ▼서이사〓네덜란드에서 몇년 살때 국회의원 딸이 온다고 해 현지주재원들이 대거 동원되어 수발을 든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를 보고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 내에도 그런 움직임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국장〓시리즈가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여러 각도에서 진단한 것이 피부에 와닿더군요. 각 경제주체들이 평소에 스스로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을 짚어볼까요. ▼박부사장〓기업들이 스스로 발목잡는 사례로 수많은 경제협회를 들 수 있습니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나라와 경제위원회라는 이름의 친선협회를 경쟁적으로 만들지요. 가치없는 조직과 활동은 경영자원을 낭비하고 그 자체로 준조세 성격도 강합니다. 제로베이스에서 정리해야 합니다. 저를 포함해 근로자의 경쟁력이 외국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업에서는 전문성 창의성 마케팅능력 등의 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시간은 다소 걸릴 것 같습니다. ▼김국장〓근로자의 경쟁력이 낮다고 하는데 비교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률 측면에서는 우리가 외국보다 높고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금융비용을 제외한 경상이익은 오히려 뒤지는게 문제지요. 기업들은 먼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재무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우리사회에서 명예퇴직은 「정리해고증후군」이라고 할만한 사회불안요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명퇴가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효과를 거둔다면 생산성에 변화를 줄 수도 있겠지만 과도한 정리해고로 근로의욕이 오히려 저하되는 양상입니다. ▼이국장〓정부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 많다는 점 인정합니다. 공무원사회가 경쟁이 적은 분야 아닙니까. 하지만 공무원들이 일부러 발목을 잡거나 치부(致富)하려고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변화의 흐름을 잘못 읽고 규제를 하는 경우는 있겠지요. 정부입장에서 민간을 보호해야 한다는 심리가 자칫 규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서이사〓웬만한 가정이면 냉장고 7백ℓ짜리 사는 것은 예사지요. 세계적인 양상인줄 알았는데 유럽에 가보니 그렇지 않더군요. 냉장고가 작고 가스레인지도 직접 불을 붙여쓰는 구식들이구요. 자기 생각없이 광고나 이웃에 자극받아 소비하는 우리의 행태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이국장〓지금 우리경제는 시장경제의 틀이 잡히지 않았고 아직 시스템이 취약합니다. 정부의 시장경제 개입도 문제지만 민간경제부문도 정부를 너무 의식합니다. 예를들어 중소기업은 평소에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해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려울 때는 왜 정부가 지원을 안해주느냐고 불평합니다. 사실은 모두가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 풀어나가야할 사안이거든요. 이런 과도기적인 틀에 묶여 우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겁니다. ▼서이사〓하지만 정부정책을 보면 한가지 사안을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일관성이 없어요. 물가만해도 정부나 정책이 아니라 주변요인에 의해 움직이는 느낌입니다. 예컨대 집값을 보면 서민들이 부지런히 돈을 모아 원하는 집을 옮기려 하면 벌써 집값은 하늘처럼 솟아 있어요. 정부가 노력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제 가계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요. ▼박부사장〓경제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정부의 규제완화라고 봅니다. 규제완화는 준조세와 각종 세금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정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기업의 부담은 크게 줄 것입니다. ▼김국장〓한편으로 필요한 규제는 강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예를들면 재벌의 무차별적인 시장진입은 중소기업 살리기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 규제해야합니다.재벌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는 수출산업구조도 바꿔야합니다. ▼서이사〓과소비를 놓고 소비자들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우선 의식전환을 할 수 있는 주변여건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깨끗해지고 기업도 자기자본으로 떳떳하게 사업을 할때 국민들도 스스로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지를 깨닫게 될 겁니다. ▼이국장〓경쟁력약화를 근로자의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는 지적들이 있습니다만 단기간에 임금이 급상승한 것과 파업에 따른 정상조업시간의 단축은 분명 경쟁력을 약화시킨 한 원인입니다. 대기업이 진출해선 안될 분야를 정부가 규제해야한다고 김국장이 말씀했지만 정부가 아니라 시장논리에 의해 정해져야 합니다. 대기업이 들어가서는 안될 분야에는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도록 하는 시장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얘깁니다. 또 경영혁신노력을 하지않고 사장이 재테크에만 신경쓰는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박부사장〓마지막으로 경쟁력을 극복할 수있는 방법들을 얘기해보죠. 일본이 왜 미국과 계속 격차가 벌어지느냐, 그것은 벤처기업과 관련있다고 봅니다. 우리도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합니다. 또 숨은 자금이 사회간접자본과 중기지원자금으로 쓰여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면 정부는 실명제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실명제 완화정책을 과감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김국장〓근로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와 기업이 마련해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경영의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국장〓위기는 기회입니다. 우리가 21세기를 앞두고 이런 위기를 맞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정부부터 스스로 낭비를 없애고 절약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겠지요. 그렇다고 정부만 변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예전같이 많지 않기때문에 다른 경제주체들이 각자의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할 것입니다. ▼서이사〓사회의 최소구성단위인 가정의 경쟁력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가정의 거품을 빼고 제대로된 가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 사회 국가의 경쟁력제고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