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대통령은「현철씨 개입」정말 몰랐을까

  • 입력 1997년 3월 23일 19시 45분


金賢哲(김현철)씨의 개인비서를 지낸 鄭大喜(정대희)씨가 아무런 임용절차도 없이 다섯달이나 청와대 정무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는 사실은 현철씨의 국정개입 정도를 단적으로 나타낸 증거다. 현철씨는 대통령비서실을 마치 자신의 개인비서실 쯤으로 여긴 듯 하다. 현철씨의 이같은 「지시」를 실제로 수행한 사람은 문민정부 출범 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李源宗(이원종)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비서실이 어떤 곳인가. 대통령과 항상 지근(至近)의 자리에 있으면서 국가기밀을 다루는 곳이다. 비서실 근무자들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뜻에 따르며 그의 국정수행을 보좌할 뿐이다. 그런 곳에 현철씨의 개인 비서출신으로 뚜렷한 직장이 없던 정씨가 들어가 앉았다. 그에게는 청와대 경호실이 발급한 정식 출입증이 나왔고 정무수석실에 정무기획업무담당 자리가 마련됐다 ▼정씨를 그 자리에 앉히는 데는 현철씨의 말한마디가 모든 법적 근거를 대신했다. 더구나 정씨는 공보처 전문위원이라는 공식 직책을 가진 후 청와대에 파견되는 형식을 취하자는 인사부서의 건의도 거부했다고 한다. 완전히 무적(無籍)으로 정무기획업무를 맡았다. 현철씨의 입김이 얼마나 막강했으면 정씨마저 그처럼 떵떵거릴 수 있었을까. 한마디로 후진국에나 있을 법한 무원칙 인사의 표본이다 ▼정씨 외에도 청와대비서실에는 현철씨 사람들이 여러명 있다고 한다. 국가운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만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던 셈이다. 현철씨의 입김이 어느정도였는지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바로 등잔밑에서 이같은 일이 있었는데도 도대체 무얼 했는지 모르겠다. 알고 있었든 전혀 모르고 있었든 그 어느 경우도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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