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30)

  • 입력 1997년 3월 19일 08시 05분


제7화 사랑의 신비〈16〉 『오, 성자여, 당신의 장수를 빕니다. 저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먼 나라에서부터 말을 달려왔습니다』 노인 앞으로 다가간 파루즈가 말했다. 그러자 노인은 당치도 않다는 투로 말했다. 『나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 가지 보물을 구하기 위해 왔겠지』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선 당신을 만나야만 그것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걸 알 수 있다고 들었거든요. 왜냐하면 당신이야말로 제가 길을 떠난 지 스무하루만에 만난 최초의 사람이니까요』 『그렇지만 그 세 가지 보물을 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하는 건 이미 알고 있을 테지요?』 이렇게 말하고난 노인은 그 세 가지 보물을 구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하고 돌아가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파루즈의 결심은 확고했다. 그리하여 노인은 전에 파리드 왕자에게 그렇게 했듯이 붉은 구슬을 꺼내 주었다. 그리고 그 구슬은 왕자를 그 음산한 죽음의 산기슭으로 안내했다. 파루즈 왕자는 산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예의 그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루즈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욕설을 해도, 협박을 해도, 울부짖으며 애원을 해도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았다. 귓전에 누군가의 입김이 느껴져도 잘 참았다. 그런데 산 중턱 쯤에 이르자 그의 등 뒤에서는 갑자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동생아, 오, 내 그리운 동생아. 날 그냥 두고 가지 말아라!』 그것은 분명 파리드 형의 목소리였다. 그것이 형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자 파루즈는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하여 나무밑의 노인이 그토록 간곡하게 일러준 주의는 깜박 잊어버린 채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한 덩어리의 검은 돌로 변하고 말았다. 한편, 고향집에 혼자 남아 있던 파리자드는 바로 그 순간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밤에도 낮에도 진주 염주를 손에서 떼지 않고 끊임없이 손끝으로 염주알을 굴리고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염주알이 서로 달라붙어 움직이지를 않았던 것이다. 『오, 이 일을 어째? 이 일을 어째? 나의 허영심이 기어이 작은 오빠마저 희생시키고 말았구나!』 그러나 파리자드 공주는 쓸데없는 한탄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면서 외쳤다. 『오, 불쌍한 오빠들. 저도 오빠들 뒤를 따르겠어요』 이렇게 말하고난 그녀는 기수로 변장을 했다. 그리고는 서둘러 말을 타고 오빠들이 간 길로 떠났다. 집을 떠난 지 꼭 스무하루째가 되던 날 파리자드는 나무 밑에 앉아 있는 노인을 만났다. 그녀는 공손히 인사를 한 다음 말했다. 『오, 고결하신 성자시여. 혹시 당신은 이십일의 간격을 두고 말하는 새, 노래하는 나무, 황금빛 물을 찾는 두 사람의 귀공자를 보지 못했습니까?』 그러나 노인은 이 물음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 『당신도 세 가지 보물을 찾아 왔군요?』 『아닙니다. 저는 그 세 가지 보다 더 귀한 두 가지 보물을 찾기 위하여 먼 길을 달려왔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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