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엉거주춤 안된다

  • 입력 1997년 3월 13일 20시 10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가 각종 인사와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검찰이 마침내 본격 수사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다. 그런가하면 아직도 내사단계에서 주춤거린다는 보도도 있다. 그 어느 경우든 현철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검찰은 이제 전면 적극 수사에 나서야 한다. 검찰은 그동안 현철씨가 인사 및 이권에 개입해 대가(代價)를 받는 등 범죄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이 제시되면 수사에 나서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그같은 논리는 이제 더 이상 통할 수 없는 사태진전이다. 국민의 정서가 도저히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검찰은 이번 현철씨 수사에서 지난번 한보사건수사의 전철(前轍)을 밟아서는 안된다. 한보사건수사에서 검찰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하지만 봐주기 덮어두기 수사를 했다는 국민들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또 결과적으로 현철씨에게 면죄부를 준 형식이 됨으로써 검찰은 신뢰를 크게 잃었다. 만약 이번에도 그런 식의 수사를 되풀이한다면 검찰의 위상은 바닥에 떨어지고 신뢰회복은 생각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럴 경우 현 검찰의 무용론과 더불어 이제는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현철씨의 인사 및 이권개입 의혹설은 봇물이 터진 듯하다. 비록 대통령의 아들일지라도 성역(聖域)없는 수사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며 예외란 있을 수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 현철씨의 인사개입 의혹 등을 폭로한 朴慶植(박경식)씨와 현철씨의 재산관리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朴泰重(박태중)씨 등 모든 관련 인사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한톨 의문없이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그 진상에 기초하여 엄정하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만이 땅에 떨어진 정부의 도덕성을 회복하고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는 길이다. 검찰이 이번 현철씨 관련 의혹에 대해 다소 적극적인 자세로 방향을 바꾼 것은 사회에 팽배한 검찰불신론에 위기감을 느낀 때문일 것이다. 실제 엄청나게 쏟아져나오는 현철씨에 대한 각종 의혹을 더 이상 외면할 수도 없게 되었다. 권력의 시녀(侍女)라는 지탄을 받지 않도록 누가 봐도 엄정하고 투명한 수사로 모든 의혹을 있는 그대로 파헤쳐야 할 것이다. 현철씨의 한보사건 연루 여부와 인사 및 국정관여 의혹에 대한 내사 또는 수사는 그러나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4년간 누적된 사안인데다 대통령의 아들인 만큼 진상을 밝혀내는 데 적지않은 장애와 어려움에 부닥칠지 모른다. 그러나 검찰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이번이 신뢰를 회복하고 위상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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