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김성윤/염라대왕의 고민

  • 입력 1997년 3월 8일 08시 51분


하늘나라 저승에서 염라대왕 주재로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인간이 양과 원숭이를 복제하는데 성공하였다 하오. 이에 대한 의견들을 말해보시오』 좌판관이 먼저 의견을 제시했다. 『동물복제 성공은 바로 인간복제로 이어질 것입니다. 만약 복제인간이 탄생한다면 저승사자들의 업무가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이에 저승사자들도 인간관리가 옛날 같지 않다고 거들었다. 『인간들은 병원이라는 것을 만들어 저승에 오지 않으려고 떼를 쓰는가 하면 에베레스트산 같은 험한 곳을 가기도 하여 찾아다니느라 애를 먹고 있습니다』 『어떤 인간은 우주선을 타고 하늘나라 가까이까지 오기 때문에 좀 쉽게 데려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복제인간이 만들어지면 속지 않을까 걱정이라고들 했다. 우판관이 앞으로 나섰다. 『인간들은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나 그것을 다스릴 수 있는 지혜가 부족하고 날이 갈수록 서로 아껴주고 존중하는 사랑의 마음도 부족합니다. 과학의 발달로 식량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하나 아직도 굶어서 저승에 오는 인간도 많습니다. 복제인간을 만든다 하더라도 그것을 수용할 정신력이 뒤따르지 못할 것입니다』 좌판관이 말을 이어받았다. 『인간은 다수확 품종을 만들었고 가축들도 구미에 맞추어 생산해내고 있음을 볼때 다수의 우량 복제인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응용하여 노후한 신체일부를 계속 교체하는 등 죽음 자체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판관이 또 한마디 했다. 『인간이 스스로 복제인간을 만든다면 그들의 정신세계는 파괴되고 말 것입니다. 인간들은 하나님의 창조물로서 그들의 존엄성을 지켜나갈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피조물로 전락할 것인가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염라대왕은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했다. 「자연개발이 환경파괴라는 달갑지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처럼 복제기술도 좋은 점이 있지만 부작용도 따르게 마련이다. 인간이 원자폭탄을 만들었을 때 크게 걱정을 했으나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평화가 유지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염라대왕은 이번에 또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인간 스스로 결정하되 그 부작용도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그대로 내버려 두고 지켜보도록 합시다』 김성윤(서울 강남구 개포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