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07)

  • 입력 1997년 2월 22일 19시 52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97〉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다섯번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형이 말을 걸자 노파는 이게 웬 떡이냐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내 아들 하나가 환전상을 하는데 그 애한테는 무슨 저울이나 다 있답니다. 그럼 그 애가 외출하기 전에 데려다 드리지요」 이렇게 말한 노파는 앞장서서 전에 그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전에 그 여자가 나오자 노파는 씽긋 웃으며 빠르게 속삭였습니다. 「오늘은 살진 고기를 가져왔어요」 여자 또한 씽긋 웃고는 형에게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전에 그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여자는 전에 그렇게 했던 것처럼 입을 맞춘다, 끌어안는다, 잠시 교태를 부리다가는 이윽고 말했습니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자리를 뜨면 안돼요」 그리고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형은 마음을 다잡아먹었습니다. 이윽고 그 흉측스런 흑인노예가 칼을 뽑아들고 들어와 외쳤습니다. 「이 못된 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왔느냐? 어서 일어나지 못할까?」 형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옷 속에 감추어 두었던 단도를 뽑아 다가오는 검둥이의 가슴패기에 꽂았습니다. 그런 다음 형은 검둥이의 손에서 칼을 뺏어 검둥이의 목을 잘라버렸습니다. 실수 없이 일을 끝냈다는 것을 확인한 형은 외쳤습니다. 「소금단지는 어디 있어?」 그러자 전에 본 하녀가 소금 쟁반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형이 피묻은 칼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되더니 달아나려고 했습니다. 형은 그녀를 뒤쫓아가 단칼에 목을 베어버렸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소리쳤습니다. 「땅광지기 계집은 어디 있어?」 그러자 이번에는굣遐炸냅궂가들어왔습니다.방안으로 들어온 노파는 눈 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을 보고는 와들와들 떨기 시작했고, 형은 그러한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고는 소리쳤습니다. 「이 요사한 할멈아! 날 알아보지 못하겠느냐?」 그러자 노파는 대답하였습니다. 「아뇨, 나으리. 모르겠습니다」 「나는 전에 유리그릇 장사를 했던 사람으로서 오백 디나르의 임자다. 네년은 목욕을 하고 기도를 드리기 위해 내 집에 들어와서는 그럴 듯하게 날 꾀어 이 집으로 데리고 왔었지」 그제서야 노파는 형을 알아보고는 애원했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알라를 보아 용서해주십시오」 그러나 형은 그 따위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노파를 베어버렸습니다. 이제 형은 그 젊은 여자를 찾아 나섰습니다. 여자는 형을 보자 미치광이처럼 울부짖었습니다. 「살려주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이렇게 애원하는 여자의 모습이 형에게는 문득 애처롭고 사랑스러워 보였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독하게 먹으려고 해도 잘 되지가 않았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앞에서 남자의 마음이란 다 그런 건가 봅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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