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06)

  • 입력 1997년 2월 21일 19시 56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96〉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다섯번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형이 미처 무어라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흑인노예는 너무나도 우악스런 손으로 형의 머리채를 움켜잡더니 다짜고짜 형의 옷을 벗겨냈습니다. 그리고는 칼의 넓적한 볼로 형의 몸뚱어리를 마구 내리쳤습니다. 그 아픔과 공포에 형은 그만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형이 기절한 것을 보고 흑인노예는 형이 죽은 줄로만 알고는 소리쳤습니다. 「소금단지는 어디 있어?」 그러자 하녀 하나가 커다란 소금 쟁반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흑인노예는 형의 상처에다 연방 소금을 비벼댔습니다. 상처에다 소금을 비벼대자 형은 온몸이 찢어지는 듯이 쓰리고 아팠습니다. 그러면서도 형은 죽은 듯이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살아 있다는 것을 눈치 채게 되면 흑인노예는 당장에라도 형의 목을 비틀어 죽일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소금에 절이는 작업이 끝나자 흑인노예는 다시 소리쳤습니다. 「땅광지기 계집은 어디 있어?」 그러자 아까 그 노파가 들어와서는 형의 다리를 잡고 지하실까지 끌고 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시체더미 위에 형을 던져버렸습니다. 형은 이틀 동안을 그 시체더미 위에 누워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소금에 절인 덕분에 출혈이 멎어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기력을 회복했을 때 형은 몸을 일으켜세웠습니다. 그리고 벌벌 떨면서 조심조심 지하실 뚜껑을 열고 밖으로 기어나왔습니다. 형은 어둠 속을 자꾸만 기어나가다가 현관 별실에 숨어 날이 샐 때를 기다렸습니다. 아침이 되자 그 사악한 노파가 새로운 먹이를 찾아 집을 나서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형은 그 뒤를 따라 그 공포의 집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자기 집으로 되돌아와 상처에 붕대를 감고 약도 먹으며 치료를 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형은 늘 노파의 뒤를 밟으며 노파가 하는 짓을 염탐하곤 했는데, 노파는 연방 남자들을 꾀어 그 집으로 데리고 가곤 했습니다. 남자들은 일단 한 번 그 집에 들어갔다 하면 나오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형은 그 일에 대하여 절대로 누설하지 않고 자신의 건강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상처가 다 아물고 건강이 회복되자 형은 천으로 자루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뉨立는 깨어진 유리조각들을 가득히 채우고 허리에 감았습니다. 그리고는 페르시아인으로 변장을 하고 페르시아식으로 지은 옷 속에다가는 단도 하나를 감추었습니다. 모든 것이 갖추어지자 형은 밖으로 나가 그 노파를 만났습니다. 형은 페르시아의 억양이 강한 아랍어로 노파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할머니, 나는 이 고장에 오늘 처음 도착한 나그네입니다. 일천 일백 디나르의 돈을 달아야겠는데 어디로 가야 저울꾼을 만날 수 있을까요? 수고값은 충분히 드릴 테니 저울꾼한테로 날 좀 데려다 줄 수 있겠소?」』 <글: 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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