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이철용기자] 17일 오후 1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현대아파트.
이한영씨 피격사건으로 전날 하루종일 뒤숭숭했던 아파트에 3일 만에 환한 햇빛이 비쳤다. 오전까지만 해도 출입을 삼가던 주민들이 오후 들어 날씨가 풀리면서 모처럼 바깥 나들이에 나섰다.
사건이 일어났던 418동 앞을 지나가던 金美賢(김미현·43·주부·419동거주)씨는 『처음엔 어디서 일어난지 모르고 뉴스를 듣다가 「세상에 이런 일이…」 했어요. 그런데 그 일이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거예요』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씨가 변을 당하기 직전까지 머물던 집의 이웃에 사는 김모군(12)은 『아저씨가 초콜릿도 자주 사주시고… 「사랑한다면」을 좋아하셨는데… 아저씨가요, 더 좋은 세상에 가셨으면 좋겠어요』라며 훌쩍거렸다.
김군집 앞에서 김군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석모군(12)은 『엄마가 간첩이 많다고요, 학교 놀이터에서만 놀래요』라고 말했다. 학교 놀이터에서는 5명의 아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고 3명의 꼬마들은 자전거로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었다.
분당초등학교 崔亨烈(최형렬·44) 교무주임은 『92년 개교 이래 학교주변에서 강력사건이 단 한건도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큰 사건이 터져 당혹스럽다. 앞으로 애들한테 통일안보교육을 더욱 철저히 시켜야겠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崔英玉(최영옥·51.424동 거주)부녀회장이 나와있었다. 『이씨가 우리 아파트에 살았는데도 알아보지도 못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지도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어제 반상회 이후 주민들의 놀란 가슴이 가라앉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에 설치된 도서방에 책을 반납하고 감기걸린 아이(3)를 데리고 병원에 간다는 채모씨(34·여)는 『꼭 홍역을 치른 것 같아요. 빨리 사건이 해결돼 우리 마을이 예전같은 평화를 되찾았으면 좋겠어요』라며 발길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