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장엽 망명과 金正日 생일파티

  • 입력 1997년 2월 17일 20시 15분


▼인간이 처음으로 별자리 지도를 만들고 하늘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그들의 운명과 짝지었을 때부터 생일, 특히 출생시간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개인의 출생시간을 알면 곧 점성(占星)용 천궁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지배층 인사들이 생일축하연을 즐겼고 로마에서는 황제들이 자신의 생일을 기념하는 큰 파티를 여는 등 각종 기념행사를 베풀었다 ▼중세 귀족들도 요란한 생일잔치를 벌였다. 그후 세월이 흐르면서 생일잔치는 서민층으로 점차 보급되었다. 요즘에는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반 서민들도 생일잔치를 즐긴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들의 생일은 각별하게 맞는다. 1893년 밀드리드와 패티 힐 두 자매가 작곡한 생일축하 노래 「해피 버스데이 투 유」는 이제 전 세계에서 널리 애창되고 있다 ▼金正日(김정일) 생일기념행사가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74년부터다. 김정일이 노동당에서 권력의 실세로 두각을 나타내면서였다. 80년 제6차 당(黨)대회에서 김정일이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되면서 행사규모가 커졌고 金日成(김일성)사망 다음해인 95년 김일성생일과 같이 「민족최대명절」로 지정됐다.2일간을 공휴일로 정하고 국내외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벌인다 ▼올해는 김일성사망 만 3년째 되는 해이고 김정일의 공식 권력승계가 예상되는 해이다. 그런데도 북경(北京) 꽃시장을 싹쓸이할 정도로 생화를 사들이면서 치러진 지난 16일 55회 김정일 생일잔치가 썰렁한 행사로 끝났다는 보도다. 黃長燁(황장엽)망명과 李韓永(이한영)피격으로 세계로부터 쏠리는 따가운 시선(視線)도 염두에 두었겠지만 굶주린 인민의 행렬이 전국을 누비고 있는 북한의 참담한 현실을 모른 체하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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