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둔 서민가정의 큰 고민은 사(私)교육비의 부담이다. 월수입의 절반이상을 사교육비로 쓰는 가정이 적지 않으며 특히 대입수험생이 있는 경우 월수입을 모두 입시과외비로 쏟아넣는 가정도 허다하다. 입시위주의 교육풍토와 지나친 경쟁사회가 빚은 결과다. 그렇다고 당장 입시를 없앨 수도 없고 과외 금지 정책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현실성이 없다.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 문제제기는 옳다. 따라서 학원수강료 개선방안과 음성과외에 대한 장단기 대책을 마련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기업인들은 흔히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 선진국보다 높거나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반면 근로자들은 사교육비 부담때문에 실질임금은 형편없이 뒤진다고 지적한다. 노사(勞使)의 이런 견해차이는 결국 정부가 공(公)교육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데서 나타난다.
정부는 선진 복지국가 건설을 외치고 있지만 서민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지 못하는 한 헛 구호에 그칠 게 틀림없다. 지난해 교육예산, 즉 공교육비는 15조6천억원인데 비해 과외비를 포함한 사교육비 총액은 2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국민총생산(GNP) 및 정부예산 대비 교육예산규모는 꾸준한 증가추세지만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수준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GNP대비 사교육비의 비중이 77년 2.19%, 82년 3.98%, 90년 5.50%, 94년 6.03%로 계속 늘고 있는 게 문제다.
사교육비 문제는 학원수강료와 음성과외 대책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학생들의 가정환경에 따라 교육기회가 불균등해져 계층간 불평등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다각적이고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학과교육 서비스의 질을 높여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과외수요를 학교안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것이다. 체육 및 특기교육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교육예산의 획기적인 증액과 사교육비의 공교육비로의 흡수방안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또 과외를 안받아도 좋은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입시제도로 꾸준히 개선돼야 한다.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신성적과 논술 및 면접고사의 비중있는 반영이 여기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기는 하나 아직도 미흡하다. 학생을 점수와 석차로 평가하는 풍토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치원의 공교육 편입도 본란이 이미 주장했듯이 이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