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의 눈 북경에 쏠려있다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한국으로의 망명을 요청, 북경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머물고 있는 黃長燁(황장엽)씨와 그의 수행원 金德弘(김덕홍)씨의 안전문제가 걱정이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망명을 결행한 당일 북한대사관 요원으로 보이는 괴청년 7,8명이 차량을 몰고 한국대사관에 진입하려다 실패했고 지금도 영사부 건물 주변을 지키고 있다는 보도다. 황씨 자신이 이미 한국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세계가 그의 정치적 망명을 다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만은 유독 그가 납치된 것이라며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북한이 이처럼 비이성적으로 나와서는 안되겠지만 중국당국이 이를 방관하는 것도 있을 수 없다. 뜻밖의 불상사라도 벌어진다면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는 말이 아닐 것이다. 중국은 우선 한국공관에 대한 철저한 보호안전조치와 아울러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 북한과 전통적인 우호관계에 있고 유일하게 평양정권의 후견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이 어떠한지는 짐작이 간다. 그러나 거기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국제사회는 황씨 망명사건으로 인한 한반도 주변의 정치적 파장과 특히 끊임없이 인권시비를 일으켜온 중국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동북아지역에 중대한 정치적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고 특히 인간의 보편적 가치와 인권차원에서 중국이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당국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북한측의 테러에 대비해야 한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우리 상사직원의 독침피살사건 목사납치사건 등 북한측의 소행으로 보이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잇따랐다.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외국공관 경비는 엄해야 하겠지만 황씨가 머물고 있는 한국공관에 대한 북한의 테러사건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한중 양국관계에 심각한 국면을 몰아올 것이며 중국 스스로 엄청난 이미지 손상을 입을 것이다. 황씨의 망명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세계 여론은 한국과 중국 등 이해당사국들이 국제관례에 따른 합의를 빨리 이뤄 그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세계여론에 역행되는 억지와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중국 또한 북한으로부터 전혀 다른 요청을 받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더 조사해 봐야겠다며 분명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황씨 망명사건의 해결방법은 분명하다. 그의 정치적 망명의사가 확인된 만큼 국제적인 관례에 따라 하루 빨리 수순을 밟아 그가 원하는 곳으로 가게 하면 된다. 중국당국이 이러한 순리적인 길을 제쳐두고 한국과의 교섭에 소극적이거나 계속 우물쭈물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큰 나라의 자세가 아니다. 지금 세계의 이목은 온통 북경에 쏠려 있다. 중국은 빨리 결단을 내려 황씨가 원하는 곳으로 가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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