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여자의 사랑(38)

  • 입력 1997년 2월 10일 20시 08분


독립군 김운하〈9〉 『더 단단히 잡아요』 자동차와 자동차 사이를 빠져 나가며 독립군이 말했다. 『그래서 오늘 절 기다린 건가요?』 그의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넣으며 그녀가 물었다. 그의 헐렁한 면셔츠가 바람에 펄럭이며 그녀의 손등과 손목을 간지럽혔다. 『아뇨. 그럴 만큼 또 한가하지는 않아요. 그냥 학교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는 걸 봤다는 얘깁니다』 『그건 저도 봤어요.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거』 『참, 지난 번 그 시험은 잘 봤어요?』 『덕분에 시험지는요』 『지금 불편하지요?』 『예. 많이요』 그가 그녀의 손을 보고 물은 말은 아닐 것이다. 아까부터 그녀는 주먹을 쥐고 있었다. 그런 채로 손목에서부터 팔꿈치까지 사이의 팔에만 힘을 주어 그의 허리를 안고 있었다. 왠지 손을 펴면 얇고 헐렁한 셔츠 한 장 사이로 안고 있는 그의 몸의 움직임이 그대로 손바닥으로 전달돼 올 것 같았다. 그냥은 모를까 만약 서로 의식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가 불편하냐고 물은 다음엔 그런 마음 한자락을 들킨 것처럼 더욱 그랬다. 그는 신촌으로 나가는 길 중간에서 좁은 샛길로 오토바이를 틀었다. 『다음에 서로 익숙해지면 멀리 갑시다』 그는 어느 카페 앞에 오토바이를 멈추었다. 『내려요』 『아는 덴가요?』 『아뇨. 학교 앞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오는 게 편할 것 같아서요』 오토바이의 키를 채우며 다시 그가 말했다. 『독립군도 그런 걸 신경쓰나요?』 『누구나 쓰는 거죠. 특별하고 싶을 땐』 『그런데 그때보다 자신이 달라져 있는 것 느끼지 못하나요? 처음 절 태워 줄 때 하고요』 『뭐가 달라졌죠?』 『말투요. 그땐 무척 무뚝뚝했거든요』 『하하. 그땐 느닷없이 온 행운이 잘 믿어지지 않아서 그랬을 겁니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그리고 한 번 장난도 치고 싶었고요』 처음으로 그가 쑥스러워하는 얼굴을 지어보였다. <글: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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