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망배단의 「北동포돕기」 행사

  • 입력 1997년 2월 9일 20시 13분


[전승훈 기자] 8일 오후 2시 경기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 설날을 맞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실향민 가족들의 참배 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망배단 한쪽에서는 「북한동포돕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민족 서로돕기 운동본부(상임대표 徐英勳·서영훈)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徐京錫(서경석)목사 서유석씨(방송인)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오마니 설날 새벽 그리움이 복받쳐 올해도 또 울었어요. 오마니 살아 계시라우요. 몇해만 더요. 곧 오마니 손주들 데리고 세배 디릴께요』 연단에서 공동대표 全濟鉉(전제현·69)씨가 북에 두고 온 어머니를 그리는 시 「오마니」를 낭독하자 삼삼오오 모여들던 실향민들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행사장 한쪽에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등 국내외 방북인사, 귀순자들을 통해 알려진 북한의 식량난 실태를 보여주는 사진전이 열렸고 북한동포들에게 쌀과 밀가루를 보내기 위한 모금운동도 벌어졌다. 북에 부모와 두 동생을 두고왔다는 石秀男(석수남·55)씨는 『실향민들은 고향에 있는 자신의 부모형제를 도와주고 싶어하면서도 이념적으로북한이란나라를절대 도울 수 없다는 이중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어차피 통일 후에도 함께 살아갈 동포인데 우리가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로 북에 남겨둔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편지를 풍선에 띄워날리는 행사가 진행됐다. 『복순아, 오빠 잘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몸 건강하세요. 새해 서로 만나길』 짧지만 애절한 사연이 담긴 편지들을 매단 1백여개의 풍선이 날아오르자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바람을 타고 북쪽으로 잘 날아가던 풍선 일부가 나뭇가지와 전깃줄에 걸려버렸다. 땅으로 갈 수 없어 편지라도 날려보내려던 실향민들은 뜻밖의 「하늘의 장애물」을 보고 더욱 안타까워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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