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횡단보도]런던-파리의 경우

  • 입력 1997년 2월 3일 20시 28분


[런던·파리〓김희경 기자] 지난달 6일 밤 11시경 영국 런던 리전트 거리. 교통량이 적은 시간이어서 30분동안 횡단보도앞 차량정지신호에 멈춰 선 차는 17대. 이중 횡단보도 신호를 무시한 채 지나는 차는 한 대도 없었다. 신호가 바뀌기 전 슬금슬금 차를 출발시키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도 길 양쪽에 노란색 점멸등이 설치돼 있어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속도를 줄이고 횡단보도를 지났다. 영국 교통부에 따르면 84년부터 10년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단속된 7만7천8백71건중 신호위반은 3.8%인 2천9백69건. 지난 95년 발생한 교통사고 31만5백6건중 밤 10시∼이튿날 오전 4시에 일어난 사고는 전체의 1%에 불과했다. 교통부 도로안전국의 리처드 존스는 『보행자들은 80%이상 신호를 지키지 않는 반면 운전자들은 80%이상 신호를 지킨다』고 말했다. 영국보다 비교적 자유분방한 프랑스의 운전자들도 야간에 교통신호를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지난달 9일 밤 10시 파리 라파예트거리. 편도4차로 도로에는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횡단보도에 보행자 신호가 켜지자 모든 차들이 정지했다. 자가운전자 안 마리(31·여)는 철저한 신호 준수가 가능한 이유로 운전자들의 의식과 운전면허증 감점제도를 들었다. 89년부터 실시된 운전면허증 감점제도는 운전자에게 12점의 점수를 부여한 뒤 신호위반 등 규정을 어길 때마다 감점하는 제도. 12점 모두 감점되면 면허가 박탈되고 운전면허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는 것. 마리는 신호위반으로 두 번 감점당한 경험이 있다. 두 번 모두 황색신호 위반. 그는 『낮이건 밤이건 횡단보도 교차로에서의 적색신호 위반은 차로를 거꾸로 달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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