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90)

  • 입력 1997년 2월 3일 20시 07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80〉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둘째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형이 돌아와 자리에 앉자 여자는 늘어앉은 시녀들을 향하여 형의 몸에 향을 피우고 얼굴에 장미수를 뿌리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리고는 형을 향하여 말했습니다. 「알라께서 당신에게 행복을 내려주시기를! 당신은 저의 무례한 짓을 잘도 참아주셨습니다. 나는 나에게 거스르는 사람은 쫓아내고 마는 성미랍니다. 그러나 잘 참아 주는 사람에게는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준답니다」 이 말을 들은 형은 기쁨에 차서 말했습니다. 「오, 나의 사랑이시여! 나는 당신의 종이랍니다. 무엇이고 당신의 분부대로 할 따름입니다」 그러자 여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잘 됐군요」 이렇게 말한 여자는 이어 시녀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이분을 모시고 가서 할 일을 다 해드려라. 그런 다음 다시 모시고 오도록 해라」 그러자 시녀들이 우르르 몰려들더니 형을 데리고 나갔습니다. 형은 여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하는 걸 통 몰랐던 터라 그저 좋아서 희색이 만면한 얼굴이었습니다. 그러한 형을 향하여 노파가 말했습니다. 「어떡하든 참으세요. 이제 조금만 더 견디면 돼요」 그런데도 형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만면에 희색을 띠고 시녀들을 따라나갔습니다. 그러한 형을 향하여 노파는 연방 당부하였습니다. 「참도록 하세요. 소원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제서야 형도 무엇인가 염려가 되었던지 주인 여자를 돌아보며 물었습니다. 「아가씨는 이 시녀들 손을 빌려 날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그러자 노파가 말했습니다. 「결코 해로운 짓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난들 당신에게 해로운 일을 시키기야 하겠소? 시녀들은 그저 당신의 눈썹을 물들이고 수염을 뽑고 싶은 거랍니다」 「물들인 눈썹이야 씻으면 그만이지만 수염을 뽑다니, 그건 곤란한 걸」 형이 이렇게 말하자 노파가 염려에 찬 표정과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거 보세요, 벌써 거스르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했던 거지요」 이렇게 말하고 난 노파는 형을 위로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듯 덧붙여 말했습니다. 「주인 여자가 당신한테 반해버렸다는 걸 생각하세요」 이 말에 위로를 받은 형은 쾌히 눈썹을 물들이고 수염을 뽑게 하였습니다. 모든 일이 끝나자 시녀들은 돌아가 자신들이 한 일을 보고하였습니다. 그러자 주인 여자는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턱수염마저 밀어 얼굴을 빤질빤질하게 만들지 않으면 안돼」 그래서 시녀들은 다시 형에게로 돌아가 주인 여자의 명령을 전하였습니다. 형은 몹시 난처한 표정이 되어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턱수염까지 밀어 얼굴이 빤질빤질해진다면 창피스러워서 어떻게 사람들 앞에 나갈 수가 있겠어요?」』 <글:하 일 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