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鍾求기자] 서울대 언어학과 강사인 박기용박사(58)가 지난달 쓴 「언어유형시론」이란 논문에는 무려 1백61개의 언어가 등장한다.
이 중에는 히브리어 아카드어 수메르어 등 기록만 남아 있을 뿐 현재 쓰이지 않는 사어(死語)와 영어 불어 등 현대어가 각각 반반이다.
산스크리트어 라틴어 히타이트어…. 알아주는 사람이 적고 돈도 되지 않는 분야지만 그는 고전어 연구에 온몸을 던진다. 그가 고전어 연구에 빠진 것은 가톨릭계 학교인 성신고 시절부터. 『성경을 원어로 읽고 싶다는 소망에서 히브리어(구약성서)와 희랍어(신약성서)를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고전어의 마력에 빨려들었어요』
고려대에서 영문학석사까지 마치고 공무원 번역가 학원강사 등을 거쳤으나 그의 손에는 늘 고전어 책이 들려 있었다. 마침내 44세이던 83년 서울대 언어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해 9년만에 박사학위를 땄다.
『인문과학을 제대로 하려면 현대어로는 영어 불어 독어를, 고전어로는 라틴어 희랍어 산스크리트어 히브리어 등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그는 이들 언어를 연구하고 가르치기 위해 이달에 「서울고전고대문헌연구소」를 설립했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영문학과 교수들도 그에게 고전어를 배우러 온다.
『미국의 한 성서번역기관에서 분류한 전세계의 언어는 5백여개의 사어를 포함해 대략 5천가지예요. 그 중 저처럼 1백60여개의 언어를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은 세계적으로도 드물 겁니다』 알파벳 문자를 쓰는 말은 그 언어로 된 성경과 사전 문법책만 있으면 3시간 안에 해석과 언어분석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건 이렇게 많은 언어에 능통한 그가 순수 국내파라는 사실. 그것도 영어 히브리어 등 7개 언어를 제외한 1백50여 언어는 독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