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참회의 빛 안보인 「막가파」공판

  • 입력 1997년 1월 21일 20시 14분


「申錫昊기자」 21일 오전 10시 서울지법 319호 법정. 지난해 10월 술집여주인을 납치해 돈을 빼앗고 생매장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崔正洙(최정수·20) 등 범죄조직 「막가파」 피고인 9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측은 직접신문을 통해 최피고인 등의 살인혐의와 「막가파」라는 범죄단체 결성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10월5일 자정무렵 김씨를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경기 화성군의 버려진 염전창고로 데려갔죠』 『준비한 삽으로 구덩이를 파고 김씨를 산 채로 밀어 넣고 흙을 덮었죠』 검찰이 피고인들에게 살해당한 김모씨(40·여)를 암매장한 당시 상황을추궁하는대목에이르러서는 법정에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검사의 질문에 최피고인은 고개를 숙인 채 『예』라고 짧게 대답했다. 다소 감정이 격앙된 검사는 『피고인, 김씨가 흙에 덮이면서 마지막으로 뭐라고 애원하던가요』라고 물었다. 순간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연상하며 긴장하고 있던 방청객들의 시선이 최피고인에게 쏠렸다. 최피고인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고만 대답했다. 그러나 다른 피고인이 『당시 김씨의 입을 청테이프로 봉한 상태였다』며 천연덕스럽게 설명하자 법정안은 잠시 술렁거렸다.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인들은 모두 짧게 자른 머리가 허벅지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나 최피고인 등은 『영화 보스를 보고 남자로 태어나서 그렇게 (폭력조직 두목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은 했으나 범죄조직을 결성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생선회칼은 누가 샀느냐』는 등의 간단한 혐의사실에 대해서도 서로 눈치를 보며 거짓말을 해 판사와 검사의 수차례에 걸친 주의를 받았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고개를 숙인 그들의 뒷모습만으로 그들이 자신들의 죄를 알고 뉘우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않았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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