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골에 가면 사람이 없다고 야단들이다. 남의 땅을 부치려는 사람도 없다. 일손이 없으니 금싸라기 같던 논밭에 잡초만 자라 호랑이가 새끼를 칠 정도다. 우리집만 해도 그렇다. 아들 넷에 딸 둘 6남매인데 모두 객지생활을 하고 고향에는 팔순이 넘은 노부모만 계신다.
시골에는 사람만 귀한 것이 아니다. 어릴 때 그렇게 흔하던 참새도 귀해졌다. 여름 방학이면 논의 참새쫓기가 지겨울 정도였는데 말이다. 이른 새벽부터 해가 질때까지 꼬박 매달려 쫓아도 어느틈엔가 벼이삭을 망쳐놓아 부모님께 호되게 꾸중을 듣곤 했었다. 그 많던 참새가 다 어디로 떠났는지 시골에선 찾아보기 힘든다.
그런데 서울 우리 아파트 주변에는 참새떼가 많기도 하다. 대추나무 밑에 개 밥그릇을 놓아두었는데 남은 개밥 찌꺼기를 먹으려고 떼지어 내려오기도 한다. 대추가 빨갛게 익을 무렵이면 매일 몇알씩 마당에 떨어지곤 한다. 떨어진 것을 주워 살펴보니 하나같이 파먹힌 자국이 남아있다. 혹시 쥐란 놈인가, 아니면 비둘기인가. 유심히 살펴보니 참새란 놈이 대추를 쪼아 먹는게 아닌가. 참새가 대추를 먹다니….
대추나무에 모여드는 참새들을 볼 때마다 묘한 생각이 든다. 더구나 요즘같이 썰렁한 겨울에 하나같이 까칠하고 푸석한데다 꾀죄죄한 참새들을 보면 측은하기까지 하다. 너희는 무엇하러 서울로 왔니…. 공기 맑고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고 먹이도 넉넉한 시골을 버리고 온갖 위험이 널린 서울 골목엔 왜 찾아왔느냐.
원기 없고 까칠한 서울의 참새들을 바라보며 끝내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자화상을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늘 시골로 가야지, 돌아가야지 하며 공염불을 외는 놈은 없을까. 오늘따라 개 밥그릇 주위를 부산하게 맴도는 참새들이 더없이 가엽다. 나는 참새떼를 향해 들고 있던 빗자루를 힘껏 던졌다. 미련한 놈들아 뭣하러 서울에서 비실거리고 있느냐, 시골로 가거라. 나도 언젠가는 내려가마.
홍 성 렬(서울 강남구 도곡동 삼익아파트 2동 10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