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61〉
다리를 저는 아름다운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여보세요, 나리!」
이발사는 계속해서 지껄여댔습니다.
「당신은 제가 얼마나 지체 높은 사람인가 하는 걸 모르십니다. 저의 이 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임금님을 비롯하여 태수 대신 성인 그리고 모든 귀족들과 저명인사들의 머리까지도 만졌습니다. 저와 같은 사람을 두고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그의 재간은 실로 꿴 목걸이,
이발사의 재간은 그중에서도 진주로다.
장인들의 왕은 이발사,
임금의 머리도 그의 손에 신세를 지네」
나는 참을성을 잃고 소리쳤습니다.
「오! 정말이지 나는 당신때문에 머리가 돌 지경이야.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할 거야 말 거야?」
「오, 그러고 보니 당신은 뭔가 급한 일이 있는가보군요?」
「그래! 그래! 당신 말이 맞아! 그래, 급한 일이 있어」
「그렇다면 마음을 좀 느긋하게 가져보려고 애써보세요. 서두르는 것은 악마의 짓으로 후회와 저주와 파멸을 갖다줄 뿐이랍니다. 우리의 군주이신 모하메드께서도(오, 알라시여! 그분의 영혼에 축복과 평화를 내리소서!)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가장 칭찬받을 만큼 훌륭한 소행은 깊은 생각이 깃들인 소행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 당신의 경우엔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대체 무엇을 하시려고 그렇게 서두르시는지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아무래도 별로 좋은 일 같지는 않군요」
나는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할말을 잊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지껄였습니다.
「기도시간까지 이제 세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나는 이 시간에 대하여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의혹을 띤 시간은 흔히 해독을 끼친다는 말은 지극히 옳은 말이니까요. 저와 같이 세상에 널리 그 공적을 칭찬받고 있는 뛰어난 인간의 경우에는 직감이라는 게 있습니다. 흔해 빠진 시시한 점성가들처럼 엉터리를 늘어놓는다는 것은 저와 같은 사람에게는 불명예스러운 일이랍니다」
이렇게 말한 이발사는 아예 면도기를 내려놓고는 관측의를 들고 양지 바른 곳으로 나가 오랫동안 서 있었습니다. 그의 그 너무나도 뻔뻔스런 행동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측의를 들고 오랫동안 태양을 관찰하던 그는 이윽고 되돌아와 손가락을 꼽으며 무엇인가를 셈하면서 말했습니다.
「기도시간까지는 넉넉히 세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아무리 학식이 깊은 천문학자에게 물어보아도, 아무리 슬기로운 책력 제작자에게 물어보아도 똑같은 말을 할 것입니다」
「제발 부탁이니 입 좀 다물어주시오. 간이 다 녹아내릴 것만 같아요」
나는 이제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발사는 면도칼을 들고 아까처럼 갈더니 머리카락 두개를 밀어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손을 멈추더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글 : 하 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