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스케치]드라마 녹화장 진풍경들

입력 1997-01-10 20:24수정 2009-09-2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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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甲植 기자」 『꺽정아, 네가 정말 걱정이다. 자꾸 NG가 나면 어느 세월에 촬영을 마치겠니』 SBS 드라마 「임꺽정」의 촬영현장에서 가끔 들을 수 있는 연출자 김한영PD의 분발을 촉구하는 경고성 발언이다. 평소 연기자와 PD는 비슷한 연배이거나 연장자일 경우 서로에게 존칭을 사용하는 편이다. PD는 연기자에게 씨나 선생님 등의 호칭을 사용하고 연기자는 「PD님」이라는 이상한 어감의 호칭보다는 감독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한컷 한컷 숨이 넘어갈듯 급박해지는 야외촬영이나 녹화에 들어가면 상황은 1백80도 바뀐다.△△△씨라는 실명제는 종적을 감추고 극중 이름이 입에 오르내린다. MBC 주말드라마 「사랑한다면」의 이관희PD는 꼬박꼬박 연기자의 이름을 부르는 스타일이지만 급해지면 동휘(박신양) 영희(심은하)라는 배역명이 곧잘 튀어나온다. 더 급해지면 아예 「심∼」으로 이름을 대신한다. 「목욕탕집 남자들」을 연출했던 정을영PD는 『오랜 시간동안 연기자와 호흡을 맞추다보면 자연스럽게 사석에서도 존칭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을영아, 빨리 끝내고 밥 먹어야지』라는 등 연장자인 강부자 윤여정의 장난기 어린 「장외대사」가 튀어나오는가 하면 정PD 역시 『수경(김희선)이 똑바로 못하니』라는 질책이 터졌었다. KBS의 인기드라마 「첫사랑」에서도 최수종(찬혁) 배용준(찬우) 송채환(찬옥) 등 연기자의 실명보다는 「찬혁이 방에 들어선다」라는 식의 배역명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런 가운데 벽초 홍명희의 원작을 영상으로 옮긴 「임꺽정」은 감칠맛나는 대사만큼 배역명에 얽힌 뒷이야기가 많다. 꺽정의 누나인 섭섭역을 맡은 윤유선이 촬영현장에 조금 늦게 도착하면 『섭섭아, 왜 이렇게 우리를 섭섭하게 하니』라는 불만이 터지고 팔삭동이역에 캐스팅된 전주헌의 NG장면에는 『쯧쯧 그러니까 팔삭동이지…』라는 「겹비난」이 쏟아진다. 또 박유복의 부인 「작은년」으로 등장하는 전진아는 실수할 때면 스태프로부터 『이 작은△야 그렇게밖에 못하나』라는 진반농반의 원색적인 비난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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