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TV 너무 재미있다?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누가 정상적인 사랑이 재미있다고 하랴. 오늘도 불륜은 TV속에서 춤춘다. 부잣집 며느리는 외간 남자와, 그 집 남편은 과거의 애인과 못다한 사랑에 열중한다. 그것도 한밤중이 아니라 꼭두새벽부터(아침드라마 「유혹」). 밤중이 되면 더 심해진다. 미국인 아버지는 한국인 입양딸을 성폭행하고 점잖은 유인촌은 망나니가 되어 별장에서 여자들을 갈아치우고(드라마 「연어가 돌아올 때」)…. 순수하고 아름다워야 할 TV만화에까지 여고생들의 동성애와 동반자살이 주제를 이룬다(만화 「디어 브라더」). 이상한 것은 돈과 시청률에 관심이 없다는 공영방송들이 한술 더 뜬다는 것이다. KBS2의 경우 가족들이 모이는 시간대에 83%가량의 「재미있는」 오락물을 쏟아놓고 있지만 「재미없는」 교양물의 비율은 완전히 바닥세다(11%). 여기에 더욱 이상한 것은 야한 정사신이나 폭력때문에 방송위원회의 지적을 받으면 그 프로그램은 「뜨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에 비하면 다른 나라의 TV는 정말 재미가 없다. BBC는 셰익스피어에 주력하고 NHK는 가부키의 보존에 노력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방송들을 시청한 한국사람들은 실망을 금치 못한다. TV 때문에 사람들은 거리에 나서지 않는다. 불건전하고 경박한 즐거움이 최고라는 생각이 진짜 문화들을 죽이고 있다. 웬만한 오페라의 유료관객수는 50%도 채 되지 않는다. 연극계의 불황도 심각하다. 아이들은 모조리 김건모나 터보가 되고 싶어한다. 그것은 TV 탓이다. TV는 너무 재미있으면 안된다. 문화의 발전에 지장이 있다. 아내가 너무 예쁘면 남편의 출세에 지장이 있듯이. 이 동 신<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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