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인터넷으로 오는 산타할아버지

  • 입력 1996년 12월 22일 20시 20분


▼내일 밤은 산타클로스가 사슴썰매를 타고 온다는 크리스마스 이브다. 어린이들은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받기 위해 양말을 걸어놓고 잠이 든다. 산타는 밤새 집집마다 굴뚝으로 들어가 선물을 양말속에 넣고 사라진다. 크리스마스날 아침 어린이들은 깨자마자 선물부터 챙기며 환성을 지른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이면 산타의 비밀을 알아차리지만 어린이들에겐 꿈과 동심의 상징이다 ▼그러나 요즘은 유치원에서 주로 이 행사를 대행하면서 빛이 바랬다. 평소 자기 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물건을 부모들이 미리 장만해 유치원에 보내면 분장한 산타할아버지가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선물을 들고 집으로 온다. 부모들의 부탁에 따라 그 어린이의 나쁜 버릇을 고치도록 타이르기도 한다. 어린이들에게 교육적 효과는 있으나 신비스런 맛은 훨씬 덜하다. 너무 비싼 선물을 준비해 어린이의 경쟁심만 키우는 일부 부모도 문제다 ▼컴퓨터시대를 맞으면서 산타할아버지도 이제는 썰매와 굴뚝이 아닌 인터넷을 타고 온다. 지난 7월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산타회의는 『시대는 바뀌고 어린이들도 신화를 믿을 만큼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고 선언, 가상공간에서의 만남을 추진하기로 했다. 핵심과제는 전자우편을 통한 대화였다. 미국에선 크리스마스에 관한 모든 것이 들어있는 「산타 사이트」 개설이 인기라는 소식이다. 물론 상업적 이용의 대표적 예다 ▼1천7백년전 지금의 터키땅인 소(小)아시아의 가톨릭 대주교였던 성(聖) 니콜라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산타클로스는 21세기를 앞두고 어른들의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했다. 핀란드 그린란드 등 북유럽 여러나라는 관광수입을 노려 해묵은 산타의 국적(國籍) 논쟁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산타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동심의 대상에서 멀어졌다. 모처럼 예보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무색해지는 세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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