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46)

  • 입력 1996년 12월 18일 20시 48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36〉 『그후로 어떻게 되었습니까?』 일동은 다시 물었습니다. 엄지손가락과 엄지발가락이 없는 사내는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지내고 있던 어느날 아내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인자하신 왕비님 덕분에 우리가 교주님의 궁전에 살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여기는 우리가 살기에는 재미 있는 곳이 못되는 것 같아요. 실은, 왕비님께서 오만 디나르를 주셨어요. 그러니 그 돈을 가지고 나가서 조촐한 집 한 채를 사도록 합시다」 그렇게 해서 저는 궁전을 나와 깨끗하고 커다란 저택을 하나 장만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당신은 행복합니까? 카민 시추 냄새를 견디지 못해 당신의 엄지손가락과 엄지발가락을 잘라버린 여자와 함께 사는 게 말입니다』 그러자 문제의 그 사내는 빙그레 웃으며 혼자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사람이 사는게 반드시 행복해서 삽니까? 그냥 살아갈 뿐이지요』 이렇게 말하고난 사내는 입을 다물어 버렸습니다. 이것이 어젯밤에 제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요리장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자신의 이야기를 끝낸 요리장은 왕에게 말했다. 『현세의 임금님이시여! 아무쪼록 저의 이야기가 임금님의 노여움을 푸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때까지 그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던 왕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의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꼽추 이야기보다 더 기구하다고 할 수는 없다. 아무래도 너희들을 모두 교수형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때 유태인 의사가 왕 앞으로 나아가 꿇어엎드려 말했다. 『현세의 임금님이시여, 제가 꼽추 이야기보다 훨씬 재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들어보시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판단되어지면 저희들을 살려주소서!』 이 말을 들은 왕은 말했다. 『좋다. 한번 들어보기로 하자』 이렇게 하여 유태인 의사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으니 나는 그가 한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들께 들려드리는 바다. 그의 이야기가 과연 꼽추 이야기보다 더 재미 있는지 어떤지 여러분들도 한번 판단해보기 바란다. 젊은 시절에 저는 다마스쿠스에서 의학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집에 있으려니까 태수 댁의 백인노예 한 사람이 저를 찾아와 말했습니다. 『저희 주인나리 댁으로 좀 와 주십시오. 환자가 한 사람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백인노예를 따라 태수 댁으로 갔는데, 황금으로 장식한 참나무 침상 위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젊은이 한 사람이 누워 앓고 있었습니다. 기품있는 이마며, 영롱한 눈동자며, 정말이지 그렇게 아름다운 젊은이는 이 세상에 다시 없을 것입니다. 그런 아름다운 젊은이가 병상에 누워 있었으니 그 모습이란 흡사 병든 장미 같았습니다.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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