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이없는 공연장 참사

  • 입력 1996년 12월 17일 20시 00분


어이없는 참사가 또 발생했다. 청소년들의 우상이 출연하는 공개공연장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번번이 안전을 소홀히 해 사고가 되풀이된다. 16일 대구 우방타워랜드 공연장에서 발생한 압사사건도 주최측이나 공연장측이 사전에 조금만 신경을 쓰고 청소년들이 질서를 지켰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답답하고 안타깝다. 이날 대구MBC가 주최한 공개방송에는 8천여명의 관객들이 공연 2시간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연장 우방타워랜드의 수용인원 2천5백명의 세배가 넘는 숫자였다. 그러나 출입문은 단 두개뿐이었고 공연 시작 1시간여 전에 한쪽 출입문을 열자 관객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참사가 발생했다는 보도다. 정황을 되돌아보면 사고 가능성은 예측할 수 있었고 대비책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도 충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경찰이나 주최측은 2천명 정도의 관객이 입장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예측으로 줄서기 정도나 유도했다고 하니 결과적으로 안이한 대처라는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우리사회의 고질인 안전불감증이 또 한번 청소년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청소년들이 몰리는 공연장사고는 92년 2월 뉴 키즈 내한공연 이래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발생했다. 대구에서는 작년 10월에도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공개공연에 1만여명의 관객이 한꺼번에 입장하려다 여고생 등 8명이 인파에 깔려 부상당한 사고가 일어났었다. 이런 크고 작은 몇차례 사고를 겪고도 여전히 공개공연장 안전에 소홀한 우리 사회의 무신경이 두렵다. 청소년들의 질서의식에도 문제가 많다. 무대 앞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가려다 같은 또래들을 희생시킨 것이다. 남이야 어찌 되든 우선 내것부터 챙기고 보자는 이런 이기주의가 기성세대뿐 아니라 청소년 사이에도 만연하고 있는 책임은 결국 기성세대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의 공중도덕 불감증이 청소년들의 질서의식을 무디게 한 것이다. 청소년들은 스타에 열광한다. 스타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기성세대와의 단절감을 메우고 스타와 함께 꿈의 세계로 들어간다. 스타가 출연하는 공연장에 청소년들이 몰려 환호하고 절규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빈 정서를 채워줄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구 공연장참사는 두가지 교훈을 남긴다. 하나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고 다른 하나는 청소년문화에 대한 관심이다. 특히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에게 순화되고 세련된 놀이문화와 자기표현방식을 제시함으로써 청소년들을 사고가 잦은 공개공연장으로부터 멀리할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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