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세계]명퇴바람 분위기 썰렁…上司피해 『삼만리』

  • 입력 1996년 12월 15일 20시 14분


「林奎振기자」 『오늘 점심은 지하 복집으로 하지』 『김이사가 간다던데요』 『그러면 길건너 설렁탕집으로 가야겠네』 D그룹 기획실 S부장과 P과장은 껄끄러운 상사를 피하기 위해 점심 장소와 메뉴를 자주 바꾼다. S부장은 김이사와 아주 불편한 사이. 김이사가 매사 트집을 잡을때마다 한판 붙어보고도 싶지만 「대드는 사람」이란 낙인이 찍히기 싫어 가급적 마주치지 않기로 했다. 그는 회식자리라도 갖게 되면 김이사와 같은 쪽 가장자리에 앉고 각종 품의서나 결재서류를 올릴 일이 있으면 과장이나 대리를 보낸다. 명예퇴직 바람으로 기업체 분위기가 전에 없이 살벌해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는 불편한 상사를 피해다니는 「썰렁한」관계가 적지않다. 쓸데없이 눈에 띄어봤자 도움될 게 없기 때문에 아예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J사 S과장은 회사임원들이 자주 가는 단골술집과 사우나탕 식당 등을 훤히 파악해 놓고 그 근처에도 가질 않는다. 올 연초 회사근처의 사우나탕에 갔다가 한 임원과 마주친뒤 아직까지 「근무시간중 일은 안하고 사우나만 하는 자」로 낙인찍히고 있기 때문. 또 얼마전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큰 소리로 회사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다가 뒷자리에 앉은 부장에게 한소리 들은 적도 있다. 회사안에서 눈치보는 것도 불편한데 밥먹고 목욕하는 시간까지 상사를 의식해야 하는 자신의 신세가 한심해서 아예 「상사피해 삼만리」로 방침을 정했다. 시내중심가에 있는 B사 직원들은 S사우나에 가는 일이 금기시된지 오래. 사내에서 가장 인기없는 이감사가 자주 가기 때문. M사 P사장도 요즘 직원들의 기피인물. 경영혁신을 내세워 대량감원의 악역을 수행했기 때문이다.직원들은 그에게 「작두」라는 별명을 붙여 놓았다. P사장은 『모두가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며 자신도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어본 적이 없다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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