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도곡동주민 「102층 신축」 왜 반대하나

  • 입력 1996년 12월 13일 19시 37분


「河泰元기자」 삼성그룹이 추진중인 강남구 도곡동 1백2층 초고층건물 신축계획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13일 13개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집회에서 주민들은 『삼성건물 신축반대는 주민 모두의 의사』라며 『삼성측은 즉각 건물신축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신축건물 맞은편의 숙명여중고측은 오랜 공사기간 중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크게 해칠 것이라며 공사금지를 호소하고 있다. 학교측은 집단행동불사 입장까지 밝히고 있다. 숙명여고의 李貞子(이정자)교장은 『예정대로라면 2003년까지 7년에 걸친 공사기간중 발생할 소음과 먼지로 인한 면학분위기 방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며 『공사를 강행할 경우 학생 학부모 교사가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성아파트주민 尹英珠(윤영주·38)씨는 『삼성건물이 들어설 경우 교통혼잡 인구집중 조망권문제 환경파괴 등 예상되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국 외국어대 학생 柳炳勇(유병용·20)군은 『서울시가 환경친화적인 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주거지역에 초고층 빌딩을 세우려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강남구청장이 주민들과의 대화 통로를 단절한 채로 삼성재벌과 야합하고 있다』며 權文勇(권문용)구청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9월 양재천공원사업에 필요한 총 공사비 3백70여억원 중 3백20억원을 삼성그룹이 무상부담한다는 협약서를 체결한 것 때문. 주민들은 삼성의 로비력에 구청이 놀아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보내고 있다. 구는 홍보지 1만5천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배포하는 한편 지난 10월부터 다섯차례에 걸쳐 동사무소 조직을 통해 아파트주민을 불러 모아 삼성측이 설명회를 갖게 했다. 삼성측은 이에 대해 『이달중 서울시와 강남구가 협의를 갖는 것으로 아는데 주민들을 납득시킬 만한 대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대안이 나오면 건축계획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청의 李甲揆(이갑규)건축과장은 『재검토지시가 내려진 신축계획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건설교통부장관의 사전승인을 받는다면 허가를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구청의 삼성측 편들기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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