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뒤에 인기가 더욱 치솟는 연예인이 있다. 93년 1월 대장암으로 타계한 오드리 헵번이 그런 경우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레타 가르보, 마릴린 먼로 등 미모의 육체파 여배우들 틈에서 특유의 청순미로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던 「세기의 연인」 헵번은 죽은 뒤에 다시 한번 헵번 붐을 일으켰다. 그의 만년의 어린이사랑 실천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영화계 은퇴 후 스위스의 조그만 시골마을에 칩거하던 헵번은 88년부터 국제아동기금 순회대사로 아시아 아프리카의 병들고 굶주린 아이들을 위한 모금활동에 헌신했다. 암과 투병중이던 92년 9월에도 내전중인 소말리아를 찾아 뼈만 앙상한 흑인 어린이를 품에 안고 이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세계 언론은 그를 지상의 천사, 진정한 스타라고 칭송했다
▼모든 스타가 다 헵번처럼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검찰에 소환됐던 우리나라 원로 연예인들의 행적은 한마디로 낯뜨겁다. 나름대로 사정은 있었겠지만 유랑극단 가설무대에 서서 2만원짜리 건강보조식품을 25만원짜리 만병통치약이라고 선전해 준 대가로 많게는 8천만원까지 출연료를 받았다니 스타라는 이름이 아깝다. 아직도 유랑극단시절의 향수를 떨치지 못해서였을까
▼물론 폭력조직의 협박이나 일부 노후 생계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때 연예계를 대표하는 인기인들이었다면 처신에 좀더 신중했어야 옳다. 스타는 공인이다. 아무리 급해도 갈 데 안갈 데를 가릴 줄은 알아야 한다. 거리의 약장수에게 25만원이라는 큰 돈을 의심없이 건넨 사람들은 스타의 공신력을 믿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사기였다니 배신감이 얼마나 크겠는가. 봉사하는 스타가 아니어도 좋다. 인기인들의 분별과 사회적 책임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