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35)

  • 입력 1996년 12월 6일 19시 57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25〉 그렇게 하여 그 젊은이와 저는 다음 달 초순에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가지고 있던 물건을 모두 팔아치우고 여행에 필요한 다른 물건을 샀습니다. 그리고 그 젊은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 이 나라에까지 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젊은이는 카이로에서 가지고 온 물건을 모두 팔아치운 뒤 다시 이집트로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무슨 연분인지 저는 이 나라에 머무르게 되어 낯선 객지에서 어젯밤과 같은 사건에 부닥치고 말았던 것입니다. 나자레 인 거간꾼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 그의 이야기가 꼽추의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다고 생각되는가? 이야기를 마치고 난 거간꾼은 왕에게 말했다. 『현세의 임금님이시여! 지금까지 들려드린 것이 저의 신세 이야깁니다만, 이 이야기는 꼽추 이야기보다 훨씬 기이하지 않습니까?』 그의 이야기를 듣고난 왕은 다소 심드렁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말했다. 『너의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꼽추 이야기보다 더 기구하다고 할 수는 없다. 너희들을 모두 교수형에 처할 수밖에 없다』 왕이 이렇게 말하자 지금까지 이야기를 했던 나자레 인 거간꾼은 말할 것도 없고 요리장 유태인 의사 그리고 재봉사는 모두 사색이 되었다. 그때 요리장이 나서면서 말했다. 『오, 현세의 임금님이시여, 괜찮으시다면 저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십시오. 어젯밤 제가 꼽추를 만나기 전에 어떤 사건을 겪었는가 하는 걸 들어보시고 그것이 꼽추 이야기보다 재미있으시거든 저희들의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요리장이 이렇게 애원하자 왕은 말했다. 『좋다. 이야기 해봐라』 그리하여 요리장은 간밤에 그가 겪은 사건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으니 나는 이제 그가 한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독자 여러분들께 들려드리는 바다. 그의 이야기가 꼽추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지 어떤지 한번 들어보시라. …어젯밤에 저는 코란의 독경회에 참석하였습니다. 법률과 종교 학자들이 모여 독경을 하였습니다. 참석자들은 늦도록 독경 소리를 경청하였습니다. 독경이 끝나자 음식상이 벌어졌는데 그 음식들 중에는 카민의 열매에 향료를 곁들이고 술에 절인 시추가 있었습니다. 일동은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식탁으로 와 앉지는 않고 몹시 곤혹스런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흡사 못 볼 것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불안해 하는 표정을 하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카민 시추를 먹어보라고 권했지만 그는 꽁무니를 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사람들은 더욱 집요하게 음식을 권했습니다. 견디다 못한 문제의 그 젊은이는 말했습니다. 『제가 이 음식을 입에 댈 때와 먹은 후에는 우선 비누로 마흔 번, 잿물로 마흔 번, 그리고 맑은 물로 마흔 번씩, 이렇게 도합 이백사십번에 걸쳐 손을 씻지 않으면 안됩니다』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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