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33)

  • 입력 1996년 12월 4일 20시 10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23〉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녀는 내 옷자락을 움켜잡은 채 물었습니다. 「어디로 가세요?」 그러한 그녀에게 나는 웅얼거리며 말했습니다. 「볼일이 있어서…」 그러자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가시면 안돼요. 앉으세요」 그래서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당신은 저를 사랑한 나머지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끝내는 손까지 잃으셨죠? 그러나 이제, 알라께 맹세코, 저는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아니, 저 같은 것은 당신 발 밑에 죽어도 좋아요. 이제 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시게 될 거예요」 이렇게 말하고 난 그녀는 법관과 증인을 불러오게 했습니다. 그들이 오자 그녀는 말했습니다. 「이 젊은 분과 저의 결혼계약서를 만들어 주세요. 지참금을 받았다는 증서도 써 주세요」 서류가 완성되자 그녀는 덧붙여 말했습니다. 「내가 만약 궤짝 속에 가득히 금화를 보관하고 있다면, 내가 만약 노예와 하인들을 거느리고 있다면, 그리고 내가 만약 약간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면 그 모든 것을 이 분에게 양도한다는 증서도 만들어 주세요」 처음에 법관은 그녀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가 구술하는 대로 받아 적었습니다. 그리고는 수수료를 받아가지고 돌아갔습니다. 그들이 돌아가자 나의 아내가 된 그녀는 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말했습니다. 「지금 제 심정이 어떤지 아세요? 저는 너무나 기뻐 온몸이 하늘 높이 떠오르는 것만 같답니다」 그러한 그녀에게 나는 다소 멍청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는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꼭 나를 놀리는 것만 같구려. 내가 오른손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말이에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아내는 한편으로는 울고 한편으로는 웃으면서 내 손을 이끌고 조그마한 방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거기서 그녀는 커다란 궤짝 하나를 열어보이며 말했습니다. 「이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세요」 그 속에는 그런데 손수건들이 가득히 들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놀란 눈을 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그녀는 말했습니다. 「이것은 모두 당신한테서 받은 돈이에요. 당신이 두고 가신 손수건인데 오십 디나르씩 들어 있답니다. 저는 한 닢도 쓰지 않고 이 속에다 넣어 두었답니다. 언젠가는 이 돈이 당신한테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자, 당신 것을 받아 주세요. 그리고 당신 재산을 잘 보관하도록 하세요」 그제서야 나는 그녀가 왜 나의 돈을 매일같이 아무 말 없이 받아갔는가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그녀는 내가 갖다 주는 그 돈을 결혼 지참금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나는 너무나 감동하여 눈물을 글썽거리며 아내에게 입맞추고 치사를 하였습니다』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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