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基太기자」 「샹리라」.제임스 힐턴의 명작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히말라야 깊은 산중의 「무릉도원」이다. 이 「샹리라」에 빠져 아예 히말라야 지역 전문관광안내인이 된 석채언씨(36). 히말라야가 좋아 네팔에서 5년동안 살았고 네팔 티베트 지역 관광안내만 1백여차례 이상 다녀왔다. 어쩌면 관광안내인이라기보다 이 지역 전문가다.
곧 네팔 티베트 여행기를 책으로 펴낼 박완서씨를 비롯, 방송제작자 작가 등 수많은 국내 유명인사들을 히말라야 설산들의 황홀경으로 안내했다. 올해초 그와 동반했던 박완서씨는 『체험에서 우러난 풍물 해설이 워낙 다양해 인간적으로 감동을 받았다』고 두고두고 감탄했다.
고교시절부터 인수봉 암벽등반만 50여회 이상 해온 그가 히말라야와 최초로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4년. 국내 최초의 에베레스트 겨울등반대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초속 1백m를 오르내리는 제트 기류로 7천2백 고지에서 뼈저린 하산을 해야 했지만 마음 속에는 이미 히말라야의 병이 크게 들어 있었다. 이후 강가푸르나 임자체 꽁대 신구추미 등 6천m급 설산 등반에 잇따라 참여하면서 히말라야의 「고요한 신성미」에 빠져들었다.
그는 등산을 생업으로 삼기로 결심, 86년 한 여행사에 「트레킹」 가이드로 입사했다. 『말이 「트레킹」전문이지 직장인일 뿐이었어요. 무료한 일상이 반복되면서 도시생활에 환멸감이 들었어요. 네팔의 설산과 푸른 밤의 은하수, 산장의 모닥불과 차향기가 그리워 미치겠더군요』
88년말 그는 문득 행장을 꾸려 혈혈단신 네팔 카트만두로 떠나 작은 트레킹 전문회사 사장 겸 직원으로 변신했다. 신바람나는 삶이었다. 「행복이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희열을 맛봤다.
90년 봄 우연히 만난 티베트인의 초청으로 티베트 서북부 팅그리로 몰래 들어가기도 했다. 히말라야가 병풍처럼 둘러싼 고원지대였다. 티베트 여행에 흠뻑 빠져들면서 93년에는 인도 망명 중인 달라이 라마의 친서를 티베트 사찰에 전해 주다가 중국 공안당국에 적발돼 감금되기도 했다.
3년전 네팔생활을 청산하고 입국한 그는 현재 이 지역과 인도 중근동지역을 전문으로 하는 혜초여행사에 몸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