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학/심인성발기부전]40代에 흔한 병『불안하면… 』

  • 입력 1996년 11월 29일 20시 52분


30대 후반의 자영업을 하는 H씨. 그는 다소 엉뚱한 문제를 가지고 병원을 찾았다. 외도를 할 경우 전연 발기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바람을 피지 말라」는 하늘의 뜻이 아니냐고 웃으면서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남성의 상실에 대한 깊은 회의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파트너가 바뀌었을 때 발기력에 차이가 나는 것은 전형적인 심인성발기부전의 증상이다. 발기부전 가운데 심인성은 가장 흔한 것으로 적잖은 남성들이 이런 문제로 곤란을 겪는다. 50대 이상의 발기부전이 대부분 당뇨 고혈압 콜레스테롤 담배 등에 의한 동맥성 발기부전이라면 40대 이하의 발기부전은 대부분 심인성이다. 그 기전은 다음과 같다. 발기는 음경내부에 혈액이 들어차 고압력상태가 되면 이루어진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지 남성이 불안에 빠지게 되면 신체의 위험신호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방출된다. 이 호르몬들은 눈깜짝할 순간에 음경에 이르러 곧 혈액의 팽창과정을 반전시킨다. 음경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유입량이 줄고 정맥출구가 열려 가득차 있던 혈액이 급속히 빠져 나간다. 결국 음경은 처지게 되는 것이다. H씨의 경우 역시 심인성으로 진단됐다. 가벼운 동맥성 및 정맥성발기부전도 겸하고 있었다. 심하지 않은 발기부전인 경우 평소에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부인과의 관계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익숙한 관계라 발기가 안되어도 해결된다. 새벽에 남성호르몬이 최고치에 도달하고 방광이 차서 발기력이 좋을 때 성관계를 가지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파트너와의 관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안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불안감, 특히 과거에 그런 경험이 있으면 악순환이 쉽게 이어진다. 치료는 적절한 성치료와 발기유발제치료를 같이 한다. 성치료중에서 많이 쓰이는 방법은 관능초점훈련이다. 이것은 성기 이외의 몸의 다른 곳을 우선 자극해서 성행위가 발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는데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심인성 발기부전에 발기유발제만 쓰는 것은 원칙적으로 좋지 않다. 동맥성 발기부전이라면 장기적으로도 몇가지 주의사항을 지키고 약을 쓰면 몇달안에 음경의 혈류를 상당히 개선해 줄 수 있다. 심인성발기부전인 경우 그 원인을 무시하고 단지 주사에만 의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H씨의 경우와 같이 항상 자신있는 남성을 만들어 달라는 정상적인 남성이 너무나 많다.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성이 더 예뻐지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어쨌든 우리나라의 성클리닉이라는 곳은 가끔 본래 목적을 벗어나는 곳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02-512-1101∼2 설 현 욱(성의학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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