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17)

  • 입력 1996년 11월 18일 21시 11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7〉 총독의 명령을 받은 형리는 재봉사를 묶고 그의 목에 밧줄을 감으면서 중얼거렸다. 『알라께 맹세코, 오늘 같이 재수없는 날은 난생 처음이야. 이놈을 끌어내면 저놈과 바뀌고, 저놈 목에다 밧줄을 걸었다 하면 또 다른 놈이 나서고…. 결국에는 여태 한놈의 모가지도 매달지 못했단 말이야』 이렇게 투덜거리며 형리가 막 재봉사의 목을 매달려 할 때였다. 군중 속에서 또 누군가가 소리쳤다. 『기다려라! 기다려라! 그자의 목을 매다는 날에는 네놈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이렇게 소리치며 군중을 헤집고 나오는 것은 뜻밖에도 국왕의 집사가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형리는 재봉사의 목을 매달려고 하다가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총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국왕의 집사를 맞이했다. 『어인 일이오?』 총독이 집사에게 물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께서는 재봉사를 비롯하여 유태인 의사, 요리장, 나자레인 거간꾼을 모조리 끌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꼽추의 시체도 운반해오라 하셨습니다』 『단순히 꼽추 하나가 살해된 사건을 두고 임금님께서 직접 나서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총독이 이렇게 묻자 집사가 말했다. 『거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그 꼽추로 말할 것 같으면 단순한 꼽추가 아니라 임금님께서 거느리고 계시는 어릿광대로서 임금님께서는 그를 어찌나 좋아했던지 그가 없이는 못살 판이었습니다』 총독은 사건이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임금님의 어릿광대인 꼽추가 어떻게 하여 저잣거리로 나와 재봉사의 손에 걸려 살해당하게 되었을까요?』 총독이 물었다. 국왕의 집사가 대답했다. 『그건, 꼽추가 술에 취했기 때문입니다. 술에 취하면 그는 때때로 어디랄 것도 없이 가버리곤 하거든요. 그야 어쨌든 꼽추가 대궐을 나가고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임금님께서는 걱정이 되어 시종들에게 그를 찾아오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꼽추를 찾으러 떠났던 시종 중 하나가 돌아와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오, 충성된 자의 임금님. 실은 총독이 그자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 살인자를 교수형에 처하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집행인이 목을 매달려고 하면 제이, 제삼, 제사의 범인이 나타나 제각기 자기가 꼽추를 죽였 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