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혼부부 시부모 부양,이기심때문 아닌가

  • 입력 1996년 11월 6일 20시 50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시부모를 모시는 신혼부부가 작년현재 15만여가구로 5년전보다 67%나 늘었다. 노인을 모시기 싫어하는 일반적인 추세와는 달라 의외로 생각된다. 그러나 맞벌이하는 신혼부부들이 육아와 가사부담을 덜기 위해 함께 살려고 한다는 분석에 이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보다 자기들의 짐을 가볍게 하려는 이기적 목적이 앞선 것은 아닌지 씁쓸한 대목이다 ▼반면 노인 혼자 사는 가구는 같은 기간에 도시지역 93%, 농어촌에선 67%나 늘었다고 한다. 또 3대 이상이 함께 사는 가구는 7.5% 줄었다. 이런 통계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핵가족화의 진행으로 노인들의 위상이 얼마나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굳이 양로원 같은 수용시설이 아니라도 거리나 공원 등에서 외로움과 소외감에 싸인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노인이 짐으로만 받아들여지는 현실 탓이다 ▼이런 서글픈 현실을 뛰어넘어 사회에 숭고한 뜻을 심고 같은 날 삶을 마감한 두 노인의 모습은 우러러 보인다. 평생 모은 55억원을 부산대에 학교발전기금으로 기증하고 전셋집에 살아온 姜처녀할머니(68), 못배운 한(恨)을 인천 대인종합고를 세워 달랬으면서도 다시 전재산 50억원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은 金秉秀이사장(73). 가슴 뭉클한 선택들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의 각박하고 차가운 세태로는 이분들의 높고 깊은 뜻을 다 헤아리기 어렵다. 평범한 사람들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값진 결정이다. 마치 자신의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과 같은 마지막 삶이었다. 두분의 넋을 기리며 경로(敬老)의 마음을 늘 간직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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