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명함 못줄 세상…전화로 유인 집털이 노려

  • 입력 1996년 11월 4일 20시 31분


조그마한 가전제품 대리점을 하고 있는 주부다. 지난달말 낮에 혼자 가게를 보고 있었다. 말일이라 가게에는 상당한 돈이 있었다. 40대 중반의 남자가 들어와 세탁기의 가격을 물어보며 남편의 명함을 요구하기에 뒷면에 세탁기 가격을 적어주었다. 천원짜리를 바꿔달라기에 서랍에서 돈을 꺼내 3만원을 바꿔주었다. 그 후 30분쯤 지났을까. 옆집 미장원 주인이 왔다. 세무서에서 우리 가게에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않아 미장원으로 전화가 왔다며 받으라고 했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일부러 서랍에서 돈을 챙겨 갖고 옆가게로 갔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남자가 세무서라며 남편을 잘 아는데 바꿔달라고 했다. 지금 가게에 없다고 해도 자꾸 이것저것 물어왔다. 통화를 오래 끄는 품이 아무래도 달갑지 않아 나중에 통화하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가게로 돌아왔다. 그때 걸린 시간은 2,3분에 불과했다. 그 날 오후 은행에 돈을 입금하고 돌아오다 가게 앞에서 버려진 명함을 주웠다. 남편의 명함이었다. 뒷면에는 내가 써준 세탁기 가격이 적혀 있고 앞면에는 옆집 미장원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 순간 가슴이 떨렸다. 옆집으로 전화를 받으러 오라 하고 그 사이 우리가게를 털려했던 모양이다. 나중에 남편에게 물어보니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세무서친구는 없다고 했다. 이 혜 정(충북 영동군 영동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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