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노다지』…각국 제재해제 고대

  • 입력 1996년 11월 1일 20시 22분


「본보 윤성훈기자 현지르포」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며칠 앞두고 이라크에서 현재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단연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 현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경제봉쇄조치(엠바고)의 해제여부와 그 속도다. 그러나 이라크 국민들만이 엠바고의 해제를 목메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유엔이 이라크에 대해 식량과 의약품 구매를 위한 제한적인 석유수출 재개를 허락한 뒤부터 서구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6년여 동안 닫혀있던 이라크 시장에 군침을 흘리며 경제봉쇄의 해제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엠바고 해제시 향후 2년여 안에 형성될 이라크 국내시장 규모는 약 4백억달러. 이라크 석유성이 현재 1일 2백60만배럴에 불과한 석유생산량을 엠바고 해제 직후 곧바로 6백만배럴로 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므로 배럴당 평균 20달러인 국제 유가를 감안, 계산하면 이같은 시장규모의 추산이 가능하다.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제2의 석유매장국으로 아직 1천1백2억배럴이 넘는 석유 매장량을 갖고 있다. 또 가스도 3조 ㎥에 달하는 등 석유 등 천연자원의 판매로 형성될 수 있는 구매력은 사실 엄청나다. 이때문에 과거 70, 80년대 중동시장에서 재미를 보았던 우리나라로서도 이라크 국내시장의 개방은 그야말로 「제2의 중동붐」을 불러 일으킬 절호의 기회인 셈. 이라크가 가장 먼저 외국기업에 투자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은 유전개발사업이다. 이라크 정부는 엠바고로 피폐됐던 경제를 일으키고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돈을 우선 석유판매를 통해 충당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더 많은 유전개발을 해야 한다. 이에 그동안 꾸준히 물밑으로 이라크 정부와 접촉, 엠바고 해제시 계약을 성사시킬 준비를 마친 세계 각국의 메이저 석유개발회사들은 이미 환호성을 지를 준비를 끝낸 상태. 이라크 석유성은 경제봉쇄 해제시 석유생산량을 곧바로 끌어 올리기 위해 이미 하루 4백50만배럴 규모의 개발대상 유전 30개를 지정, 이중 10개에 대해 외국개발회사와 계약교섭을 벌이고 있다. 이들 외국회사들은 대부분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등 이라크 제재에 관해 미국과 입장을 달리하는 국가들에 속해 있다. 삼성과 한얼상사, 그리고 유공과 유개공 등 한국의 4개사로 구성된 컨소시엄도 이 수주전쟁에 참여, 사업보안상의 이유로 도면에 표시되지 않은 10억배럴 규모의 유전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이같은 유전개발시장에 부는 바람에 뒤이어 경제봉쇄 해제가 임박했다는 판단에 따라 세계 각국의 기업들도 1일부터 시작돼 15일까지 계속되는 바그다드 국제박람회에 의욕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라크 국내시장에 대한 탐색전 양상을 띠게 될 이번 박람회에는 지난해의 경우 8개국 18개 기업만이 참여하는 조촐한 행사였으나 올해는 16개국 45개업체로 급증했다. 참가국들로는 러시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브라질 등이며 우리나라도 삼성 등 4개 기업체들이 참가한 상태. 현재 이라크 국내시장 진출에 교두보를 확보해 놓고 있는 대표적인 한국기업은 현대건설로 경제봉쇄 해제만을 기다리고 있다. ----------------------------------- ▼『시장 선점위해 이라크와 관계 개선을』 「尹聖勳기자」 현대건설 바그다드 지점장인 林哲輝씨(49)는 『기업도 나름대로 이라크 시장진출을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하지만 이제는 정부차원의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익을 위해서라도 이라크와의 관계개선을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정부에 부탁했다. 林씨는 명색이 지점장이지만 이 절해고도와 같은 바그다드에 직원인 李영철씨와 함께 단 둘이 근무하고 있다. 밤에 찾아간 林지점장의 집은 다름아닌 바그다드 외곽의 현대건설 본부. 대지 6만여평에 전쟁전 한국인 근로자 3천명이 묵었던 2층 건물 여러채가 군대막사처럼 덩그렇게 놓인 그 적막한 곳에서 현지인들의 경비를 받으며 부인 및 두 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현재 바그다드에 머물고 있는 한국 기업관계자들은 현대건설 등의 전현직 직원 4명. 그리고 이들의 가족을 포함하면 모두 15명이다. 林지점장이 하는 일은 건설공사가 중단된 상태여서 본부 건물관리 등 사소한 잡일과 이라크 석유부 무역부 등의 고위 관리들과 끊임없이 접촉하는 것이지만 한국대사관이 철수한 마당에 그나마 민간외교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엠바고 해제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동안 이라크를 떠났던 서구 각국의 기업인들이 다시 찾아 들고 있습니다.움직임도 활발하고요.정작 엠바고가 풀린뒤 시장을 뚫을 생각을 하면 이미 늦습니다』 그는 『프랑스 같은 나라의 경우 이익대표부를 설치하고 기업의 시장진출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면서 『미국과 한국의 우호관계가 한국과 이라크의 우호관계보다 국익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해하고 있지만 이렇게 손을 계속 놓고 있으면 항상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 아니냐』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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