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뉴]취직도 결혼도 싫은 신세대 한량들 백수-백조

입력 1996-10-27 20:34수정 2009-09-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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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重炫 기자」 명문 S대 자연대에서 2년전 석사과정을 마친 이호재씨(30). 직장 경험이라곤 1년전 소규모 컴퓨터 업체에서 한달간 일한 것밖에 없으며 현재 직함은 「백수」다. 그의 두뇌와 컴퓨터실력을 아끼는 학교선배들이 『함께 일하자』고 말하면 그는 여유있게 『지금이 편하니까 그냥 놔둬달라』고 받아친다. 이씨의 요즘 관심사는 포켓볼 당구로 프로급실력. 그는 『부모님에게 눈치는 보이지만 고등학생 과외로 용돈은 벌고 있어 주위에 피해는 안준다』고 말한다. 자칭 「우아한 백조」인 정선희씨(29·여)는 어머니의 닦달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뜻이 없다. T대 경제학과를 지난 90년 졸업하고 2년정도 수입오퍼상에서 일한 뒤 4년째 놀고 있다. 그가 본 비디오만 줄잡아 2천여편으로 「비디오 검열관」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몇년전부터 20대후반∼30대중반의 「백수」와 「백조」가 특정부류를 형성해 가고 있다. 「백수」는 「아무것도 없는 멀쩡한 건달」이라는 뜻의 「백수건달」에서 따온말. 요즘은 직업없는 젊은 남성을 지칭한다. 「백조」는 백수의 여성형이다. 80년대 초반 대학가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이 말들이 최근 PC통신 사용자들 사이에서 「무직이면서도 구직에 집착하지 않고 자기 관심사를 추구하는 중산층 가정의 미혼 남녀」라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지난 1월 하이텔의 소모임으로 만들어진 「백수동」(백수동호회)의 시스템운영자 윤요성씨(25·S대3년휴학)는 『진짜 백수나 백조들은 하나같이 고학력 미혼자로 직업을 구할 능력이 있어도 직업에 애착이 없다는 점, 영화 음악 볼링 포켓볼 등 취미생활에 집착한다는 점 등의 특성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올해초 백수동이 만들어질 당시 창립회원 10여명중 반이상이 백수와 백조였다. 대부분의 컴퓨터통신 대화방은 정원이 12명으로 언제나 2,3명정도는 백수, 백조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일본의 「오타쿠족」에 관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지난 7월 SBS TV에 소개한 한맥미디어의 조유철PD는 『오타쿠족은 일정 직업없이 집에 머물며 컴퓨터게임 만화 비디오 등 개인적 관심사에 매몰된 젊은이들』이라고 소개한 뒤 『백수족은 오타쿠족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LG전자 커뮤니카토피아연구소의 김창림박사는 『요즘 백수나 백조들은 풍요한 청소년기를 경험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소외감과 실망을 느낀 세대』라며 『남자의 경우 취직, 여성에게는 결혼의 압력이 일본에 비해 대단히 강한 우리사회에서 이들이 사회학적으로 특정의미를 갖는 집단으로 발전할지는 미지수』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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