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표연설 비난만 한다면

  • 입력 1996년 10월 24일 20시 30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예상대로 시국을 보는 3당의 입장 차이를 뚜렷이 드러냈다. 신한국당 李洪九대표 국민회의 朴尙奎부총재 자민련 金鍾泌총재는 한결같이 연설문에 안보와 경제문제에 대한 큰 걱정을 담았으나 해결책으로 제시한 처방은 매우 달랐다. 대표연설 후 각 당이 상대측 견해와 해법을 맹비난한데서도 드러났듯이 시각차를 좁히고 공동의 해법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무장간첩과 보복위협이 초래한 안보위기라든지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심화로 경제가 어려워진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3당대표들 역시 같은 인식이었다. 다만 여당은 그 원인을 외부환경의 악화로 보았고 야당은 정부의 실정(失政)이 위기를 증폭시켰다고 비판했다. 기본인식의 이런 차이 때문에 여당은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야당은 근본적 정책전환을 요구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같은 현상을 제각기 이해하고 해결책을 달리 제시한다고 해서 나무랄 일은 아니다. 정치란 서로 다른 시각과 해법을 어떻게든 조화시켜 실행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경쟁관계의 정파가 모든 문제에 똑같은 의견, 똑같은 해결방안을 내놓는다면 참다운 민주정치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3당대표들이 나름대로 제시한 의견을 무턱대고 깎아내리기만 하는 것은 무익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어떤가. 대표연설이 끝나기 무섭게 각 당의 대변인들은 상대당 대표가 말한 내용을 폄하하기 일쑤다. 심지어 늘 하던 얘기라든지 말할 자격조차 없다는 식으로 비난하고 수긍할 만한 대목에도 어쭙잖은 단서를 붙여 비아냥댄다. 그렇다면 대표연설은 무엇때문에 하느냐는 자탄이 안나올 수 없다. 상대의견을 덮어놓고 무시하는 이런 악습부터 고쳐야 정치발전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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