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걷기 어려운 서울거리

  • 입력 1996년 10월 15일 09시 43분


건강과 에너지 절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지간한 거리는 차를 두고 걷자는 캠페인이 가끔 벌어진다. 그러나 서울 등 대도시는 마음놓고 상쾌하게 걸을 수가 없다. 인파와 소음에 시달리고 무엇보다 공기가 나빠 피로가 빨리 오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창을 열어놓고 다니기 어렵다. 여름철에도 창을 닫고 에어컨을 켜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공기가 나빠 걷기 힘들다는 도시 시민들의 일상적인 체감이 서울시가 국회 에 제출한 국감자료에서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됐다. 서울의 신촌 영등포로터리 청계 천 신사동 청량리 등 차량통행이 많은 지역은 오존오염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질소가 환경허용기준치를 최고 2배 가까이 초과하고 아황산가스도 기준치를 자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서울시내 공기가 보행자의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자동 차 배출가스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제출한 환경부 등의 국감자료는 서울에서 운행되는 승용차의 50% 이상이 배출가스 보증기간을 초과하고 있고, 이 때 문에 대기오염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가 93년부터 실시해온 자동차 배출가스 측정 결과를 공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에는 지상 10m에서 측정하는 대기환경기준은 있으나 지상 2∼3m에서 측정 하는 자동차배출가스 측정기준은 아직 없다. 보행자가 직접 호흡하는 공기는 바로 이 지상의 공기다. 길을 걸으며 옆사람과 얘기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공기가 나쁜 곳이라면 이미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 대기오염 악화는 자동차 배출가 스의 철저한 규제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행정당국은 다시 한번 책무를 통감하고 적 극적인 규제강화와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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