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나라 먼나라]엘살바도르

  • 입력 1996년 10월 15일 06시 31분


「金眞敬기자」 『폭탄 수류탄 로켓포 삽니다』 내전에 시달리던 중미의 작은 국가 엘살바도르에 최근 「무기와 상품의 교환」행 사가 한창이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92년 좌익게릴라와 평화협정을 맺어 12년간 끌어온 내전에 종 지부를 찍었으나 「전쟁의 잔재」는 곳곳에 숨어있다. 각 가정 다락방에서 침대밑까 지 숨겨져 있는 무기가 바로 그것이다. 군당국은 민간인의 수중에 있는 무기가 26만 점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같이 넘쳐나는 무기가 암살단 폭력단 범죄단의 손 에 들어갈 경우 더욱 통제불능이 될 것은 뻔한 일. 사설단체 「범죄행위를 반대하는 애국운동」은 지난달 21일 무기를 상품과 교환해 주는 이색적인 행사를 시작했다. 이 계획은 지난5월 엘살바도르 사업가들과 뉴욕재 단에 의해 마련됐다. 무기를 가져올 경우 가게나 슈퍼마켓에서 통용되는 상품교환권을 준다. 하루 최저 임금이 4달러(3천2백원)에 불과한 이 나라에서 식품이나 공산품을 살 수 있는 상품 교환권은 관심을 끌만했다. 처음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었으나 곧 무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전쟁기념품으로 소 총을 간직했던 전직 게릴라에서부터 지붕밑에 로켓포를 숨겨두었으나 마음의 부담을 덜고 싶다는 전직 군간부까지 줄을 이었다. 첫주에는 1백50자루의 소총, 81자루의 권총, 4문의 대전차 로켓포, 자동소총 등이 들어왔다. 둘째주에는 4백69자루의 총기, 1만4천5백발의 탄환, 29대의 로켓발사포, 3백30발의 수류탄 및 폭약이 접수됐다. 소총 한자루는 3백45달러 상당의 상품권과 바꿔주고 권총 한자루는 그 절반을 쳐준다. 현재까지 지급된 상품권은 17만2천달러 어치. 오는 12월 15일까지 계속되는 이 행사에 할당된 금액이 이미 바닥나 후원자 모집도 계속되고 있다. 후원자들은 수집한 무기로 쟁기모양의 기념물을 만들 계획. 이 행사의 주창자인 아르투로 히를만은 『「무기바꾸기」행사를 통해 우리 엘살바 도르인들이 평화롭게 살게 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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