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4억 中도 못간 북중미월드컵
카보베르데, 사상 첫 본선 확정
‘5만’ 페로제도, 체코 꺾고 3연승… 퀴라소는 북중미카리브해 B조 1위
본선 48개국 늘어 작은나라들 선전
카보베르데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14일 자국 수도 프라이아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 예선 D조 최종 10차전에서 에스와티니를 3-0으로 꺾은 후 환호하고 있다. 카보베르데는 이날 승리로 승점 23(7승 2무 1패)을 기록하며 팀 역사상 첫 번째로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프라이아=AP 뉴시스
세계지도로 보면 점 하나 크기에 불과한 작은 나라들이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큰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카보베르데, 페로제도, 퀴라소 등이 주인공이다.
아프리카 대륙 서쪽 대서양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썼다. 카보베르데는 14일 열린 에스와티니와의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D조 최종전(10차전) 안방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카보베르데는 이날 승리로 승점 23(7승 2무 1패)을 쌓아 조 1위를 확정했다. 카보베르데는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알제리, 가나에 이어 북중미행을 확정한 아프리카 6번째 나라가 됐다. 영국 BBC는 “‘푸른 상어’(카보베르데 축구팀의 별명)가 아프리카의 거인 카메룬도 확정 짓지 못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다”라며 “역대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인구가 두 번째로 작은 나라가 일군 쾌거”라고 전했다.
15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 국가 카보베르데는 15세기 포르투갈에 의해 발견된 이래 500여 년간 식민지로 있다가 1975년 독립했다. 면적은 4030㎢로 한국의 25분의 1 크기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구는 52만4877명이다. 카보베르데보다 인구가 적은데 월드컵 본선에 오른 나라는 2018년 러시아 대회 당시 아이슬란드(33만 명)가 유일하다.
카보베르데의 월드컵 도전은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카보베르데의 첫 월드컵 도전이 2002년 한일 대회였다. 뜨거운 축구 열기 속에 꾸준히 실력을 키워 온 카보베르데는 2013년 아프리카 대륙 국가대항전인 네이션스컵 첫 출전 때 8강에 오른 데 이어 2023년 대회에서도 또다시 8강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14일 현재 FIFA 랭킹은 70위로 인구 14억 명에 달하는 중국(94위)보다 높다. 아시아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중국은 내년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지 못한다.
2022년 카타르 대회까지 32개국이던 본선 출전국이 이번부터 48개국으로 늘어난 효과도 봤다. 이번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는 6개국씩 9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아프리카 대륙 확정 티켓이 기존 5장에서 9장으로 늘었다.
카보베르데 대표팀에는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없지만 상당수가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센터백 로베르토 로페스는 영국 BBC 인터뷰에서 “많은 선수들이 기회를 찾아 전 세계 곳곳으로 진출하고 있다. 그러다 함께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본선 조 추첨에서 포트 4에 속할 확률이 높은 카보베르데는 한국과 같은 조에 포함될 수도 있다.
13일에는 인구 5만 명의 북대서양 섬나라 페로제도(136위)가 유럽 예선 L조 7차전에서 체코(39위)를 2-1로 꺾고 3연승을 질주했다. 승점 12(4승 3패)를 기록한 페로제도는 조 3위로 2위 체코(승점 13·4승 1무 2패)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페로제도는 다음 달 크로아티아전에서 승리하고 체코가 지브롤터와 비기면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낼 수 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퀴라소(84위)도 11일 자메이카(69위)를 2-0으로 꺾고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에 한 걸음 다가섰다. 퀴라소는 북중미카리브해 3차 예선 B조에서 3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7(2승 1무)로 조 1위다. 퀴라소 대표팀을 이끄는 사령탑은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한국의 방문 월드컵 사상 첫 승리(토고전 2-1)를 이끌었던 딕 아드보카트(네덜란드)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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