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의 클러치 능력은 얼마나 뛰어날까[발리볼 비키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5일 1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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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는 김연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후배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는 김연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흥국생명은 4일 프로배구 화성 방문 경기 5세트 14-14 듀스 상황에서 표승주(32)에게 오픈 공격을 허용하면서 매치 포인트 위기에 몰렸습니다.

게다가 안방 팀 IBK기업은행 서버는 외국인 선수 아베크롬비(29)였습니다.

아베크롬비는 여자부에서 올 시즌 서브를 100개 이상 넣은 선수 가운데 상대 팀 서브 리시브 효율(28.9%)을 가장 크게 떨어뜨리는 선수입니다.

흥국생명으로서는 다행스럽게도 리베로 박수연(21)이 세터 이원정(24)의 머리 위로 공을 정확하게 띄웠습니다.

이어 김연경(36)이 시간차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다시 15-15 듀스가 됐습니다.

김연경은 이후 오픈 두 개를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결국 팀에 17-15 승리를 안겼습니다.

4일 화성 경기 매치 포인트.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4일 화성 경기 매치 포인트.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스포츠 팬들은 이렇게 승부처에 강한 선수를 흔히 ‘클러치 능력이 뛰어나다’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현재 프로배구에서 클러치 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는 역시 ‘배구 여제’ 김연경입니다.

이를 알아보려면 일단 어떤 경우를 ‘클러치 상황’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정의가 필요합니다.

배구는 ‘타이 브레이커’라고 할 수 있는 5세트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25점을 먼저 따는 팀이 이기는 경기입니다.

그리고 모든 랠리는 반드시 한 팀 득점으로 끝납니다.

이를 종합하면 1~4세트에는 양 팀이 20점 이상을 기록한 상태에서 점수 차이가 2점 이하일 때를 클러치 상황이라고 불러도 크게 틀린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클러치 상황 자체가 드문 게 사실 더 강한 팀입니다.
클러치 상황 자체가 드문 게 사실 더 강한 팀입니다.


김연경은 이런 상황에서 공격을 총 82번 시도해 그중 44번(53.7%) 성공시켰습니다.

반면 상대 팀에 점수를 내준 건 지난해 10월 22일 안방 경기 2세트 20-22 상황에서 페퍼저축은행 야스민(28)에게 블로킹을 당한 한 번뿐입니다.

이를 가지고 공격 효율을 계산하면 0.524가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을 41번 이상 시도한 선수 가운데는 공격 성공률 50%를 기록한 선수도 없습니다.

김연경이 이런 상황에서 공격을 82번 시도했기에 그 절반인 41번을 기준으로 삼은 겁니다.

이런 클러치 상황에서 김연경보다 공격 시도가 많았던 것도 아베크롬비(90번) 한 명밖에 없습니다.

클러치 상황 자체가 드문 게 사실 더 강한 팀입니다(2).
클러치 상황 자체가 드문 게 사실 더 강한 팀입니다(2).
5세트가 되면 김연경은 더욱 무시무시하게 변합니다.

양 팀이 모두 12점 이상을 올리고 있는 2점 차 이내 상황에서 김연경은 공격을 9번 시도해 그중 7번(77.8%)을 득점으로 연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범실은 아예 제로(0)였습니다.

다만 김연경 케이스만 봐도 이런 상황 자체가 워낙 적은 게 사실입니다.

1~5세트 상황을 합치면 김연경은 클러치 상황에서 공격을 91번 시도해 51번(56.0%) 득점에 성공하면서 딱 한 번 상대 팀에 점수를 내줬습니다(공격 효율 0.549).

이런 클러치 상황에서 김연경보다 공격 시도가 많았던 건 역시 아베크롬비(100번) 한 명뿐이고 효율은 0.320이었습니다.

남자부 최고 클러치 스파이커 OK금융그룹 레오.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남자부 최고 클러치 스파이커 OK금융그룹 레오.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그렇다면 ‘클러치 박’ 박정아(31)는 어떤 기록을 남겼을까요?

박정아는 이런 상황에서 34번 공격을 시도해 11번(32.4%)은 팀에 점수를 안겼지만 4번(11.8%)은 상대 팀에 점수를 헌납했습니다.

남자부에서는 레오(34·OK금융그룹)가 클러치 능력이 가장 뛰어난 공격수였습니다.

레오는 클러치 상황에서 공격을 72번 시도해 47번(65.8%) 득점에 성공하는 동안 8번(11.1%)은 상대에게 점수를 내줬습니다.

클러치 상황에서 30번 이상 스파이크를 날린 국내 선수 가운데는 임동혁(25·대한항공)이 62번 시도 36번(58.1%) 성공, 7번(11.3%) 실패로 가장 결과가 좋았습니다.

팀 기준으로는 여자부는 역시 흥국생명(공격 효율 0.431), 남자부는 한국전력(0.418)이 1위였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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