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코스 추월까지 닮은 김길리, 최민정 후계자 입증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18일 1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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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과 성남시청 한솥밥…네덜란드 아성 도전

안방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에서 2관왕에 오른 여자 대표팀 차세대 에이스 김길리(성남시청)가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의 후계자 자격을 스스로 입증했다.

김길리는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끝난 ‘2023~2024 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서 4개 메달(금 2개·은 1개·동 1개)을 수확했다.

그는 여자 1500m 1차와 2차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따 2관왕에 등극했다. 김길리가 월드컵 대회 개인 종목에서 2개 이상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 혼성 2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추가한 김길리는 월드컵 랭킹 포인트 865점을 기록해 여자부 종합 랭킹 선두를 유지했다.

경쟁자들도 김길리를 인정하고 있다. 1500m 2차 레이스에서 김길리에 금메달을 내준 2위 크리스틴 산토스 그리스월드(미국)는 국제빙상경기연맹과 인터뷰에서 “김길리는 놀라운 선수다. 그에 이어 은메달을 딴 것은 실망스러우면서도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미국으로 돌아가 훈련을 열심히 해 다음 대회에서는 김길리를 꺾고 싶다”고 말했다.

이 종목 동메달을 딴 한네 데스메트(벨기에)도 “김길리는 인상적이다. 그리스월드와 나까지 3명은 좋은 경쟁 상대”라며 “나와 그리스월드가 서로 견제할 때 김길리가 추월하는 일이 자주 있다. 전술적인 면에서도 김길리는 뛰어나다”고 평했다.

김길리가 이번 1500m 2차 레이스에서 보여준 아웃코스 추월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딴 최민정을 연상시켰다. 2바퀴를 남겨두고 바깥쪽 질주로 커린 스토더드와 그리스월드를 차례로 제치더니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아웃코스 추월은 최민정의 전매특허다. 최민정은 지난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3~4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로 치고 나가 1위를 차지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최민정은 2~3바퀴를 내리 아웃코스로 달리는 체력을 바탕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 순간 가속력을 갖췄는데 김길리 역시 이를 연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길리는 이번 대회 후 “아웃코스 추월은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며 “체력 유지를 위해서 운동량을 많이 가져가고 있다. 장거리 러닝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김길리와 최민정은 현재 성남시청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올해 초 서현고를 졸업한 김길리는 성남시청에 입단해 최민정과 함께 훈련 중이다. 최민정이 신기술 연마를 위해 이번 대표 선발전에 빠진 가운데 김길리가 여자 쇼트트랙 간판 역할을 하고 있다.

김길리는 최민정을 뛰어넘을 기세다. 김길리가 시즌 끝까지 월드컵 랭킹 1위를 유지하면 남녀 종합 1위 선수에게 주는 ‘크리스털 글로브’를 받는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이 상은 최민정도 아직 손에 넣은 적이 없다.

김길리가 기량을 급속도로 끌어올리면서 다음 시즌 최민정까지 복귀할 경우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여자 쇼트트랙 최강국 자리를 꿰찬 네덜란드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최민정과 김길리가 힘을 합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네덜란드는 에이스 쉬자너 스휠팅이 빠진 상태에서도 이번 시즌 꾸준히 우승자를 배출하고 있다. 특히 3000m 계주에서는 2차, 3차, 4차 월드컵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다. 반면 한국은 이 3개 대회에서 모두 은메달에 그쳤다.

김길리가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에서 네덜란드를 넘어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나아가 다가오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겨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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