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cm 신장차 딛고 머리공격… 박혜진 깜짝 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女 태권도 53kg급 결승서
3점짜리 머리공격 두차례 성공
“이젠 ‘국내용’ 떼게 돼 기쁘다”

박혜진(오른쪽)이 2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53kg급 결승전에서 자신보다 키가 13cm나 더 큰 린웨이춘(대만)을 
상대로 머리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박혜진은 이날 머리공격을 두 차례 성공시켰다. 2-1 승리를 거둔 박혜진은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TV 중계화면 캡처
박혜진(오른쪽)이 2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53kg급 결승전에서 자신보다 키가 13cm나 더 큰 린웨이춘(대만)을 상대로 머리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박혜진은 이날 머리공격을 두 차례 성공시켰다. 2-1 승리를 거둔 박혜진은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TV 중계화면 캡처
박혜진(24)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 대표팀의 네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금메달’이다.

박혜진은 26일 중국 저장성 린안 스포츠 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53kg급 결승전에서 린웨이춘(대만)을 2-1(7-6, 7-9, 12-9)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키 167cm인 박혜진은 13cm가 더 큰 린웨이춘(180cm)을 상대로 3점짜리 머리 공격을 두 차례나 성공시키는 등 전광석화와 같은 발차기가 돋보였다. 박혜진은 이날 16강과 8강, 4강전에서 모두 2-0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앞서 한국 태권도는 품새 남녀 개인전과 겨루기 남자 58kg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혜진은 이번 아시안게임이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일 정도로 그동안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해 US오픈 등 하위 레벨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적은 있지만 메이저 대회에선 메달이 없었다. 2019년 맨체스터 세계선수권대회에선 16강, 지난해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에선 8강에서 탈락했다. 박혜진의 세계 랭킹은 31위다.

이 때문에 그동안 박혜진에겐 ‘국내용’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이날 우승 뒤 박혜진은 “그간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해 많이 속상하고 힘들었다”며 “‘국내용’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 대회를 계기로 이제 더 이상 안 들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금메달로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알게 돼 좋다기보다는 그냥 나 스스로의 만족감이 더 크다”고 했다. 박혜진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첫판에서 탈락하는 꿈을 꿨다고 한다. 그는 “가뜩이나 ‘국내용 선수’라는 소리를 들어와서 위축돼 있었는데 그런 꿈까지 꾸게 되니 준비하면서 더 힘들었다”며 웃기도 했다.

박혜진의 시선은 이제 내년에 열리는 파리 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박혜진은 “국내 대회든 국제 대회든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게 운동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며 “오늘처럼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다 보면 올림픽 무대에도 설 수 있을 것이다. 목표를 크게 잡겠다”고 말했다.

여자 57kg급 김유진(23)은 이날 4강전에서 중국의 뤄중스에게 0-2로 져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태권도는 3, 4위 결정전을 따로 치르지 않고 준결승에서 패한 선수 2명 모두에게 동메달을 준다.



항저우=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태권도#박혜진#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