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좀비’ 정찬성의 ‘기로에 선’ 일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2일 1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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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격투기 케이지 시설 앞에서 경기 자세를 취하고 있다. 26일 UFC 페더급 전 챔피언 맥스 홀러웨이와 대결을 앞둔 정찬성은 “무조건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화성=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타이틀전으로 가는 경기가 될지, 마지막을 준비하는 경기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최근 만난 정찬성(36)에게 페더급 전 챔피언 맥스 홀러웨이(32·미국)와의 일전에 대한 의미를 묻자 덤덤한 듯 비장한 대답이 돌아왔다. 정찬성은 26일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홀러웨이와 UFC 페더급 맞대결을 한다. 지난해 4월 UFC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5·호주)와 타이틀전을 치른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의 대전이다.

UFC 페더급 랭킹 8위에 있는 정찬성이 챔피언 ‘바로 밑’인 체급 랭킹 1위 홀러웨이를 이긴다면 개인 통산 3번째 타이틀전을 치를 ‘명분’이 생긴다. 반대로 진다면 현역 은퇴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점이다. 정찬성 ‘파이터 인생’의 기로에 선 일생일대의 경기다.

정찬성은 홀러웨이가 페더급 챔피언이던 시절부터 대결을 바랐다. ‘홀러웨이전’을 원했다기보다 ‘타이틀전을 치르고 싶다’는 맥락이었다. 그 사이 페더급 챔피언이 홀러웨이에서 볼카노프스키로 바뀌었고 정찬성은 볼카노프스키와 타이틀전도 치렀다. 볼카노프스키에게 4라운드 TKO패를 당한 정찬성은 은퇴를 고려하기도 해 홀러웨이와의 경기는 영영 물 건너가는 듯했다.

이번 맞대결은 홀러웨이가 정찬성을 지명하며 성사됐다. 홀러웨이는 올해 4월 아널드 앨런(영국)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정찬성은 유일하게 싸워보지 않은 동시대 선수다. 그의 경기를 보고 자란 내가 어떻게 그와 대결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정찬성도 곧바로 화답했고 대전이 성사됐다. 정찬성은 “오랜 기간 상위랭킹 안에 있으면서 맞대결하지 않았던 유일한 선수가 홀러웨이인 것 같다. 서로 타이밍이 잘 맞았다. 홀러웨이가 나를 언급했을 때 부담이 됐다기보다 홀가분하고 기뻤다”고 말했다.

정찬성은 홀러웨이에 대해 “타격에 관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라고 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도 공략할 지점은 있다고 강조했다. 정찬성은 “홀러웨이가 펀치를 내는 횟수가 많은 편인데 이는 ‘카운터(상대방이 공격하면 빈틈을 노리는 것)’를 노릴 기회가 많다는 의미다. 내 눈에 보이는 빈 공간들이 있고 그 지점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성은 현 챔피언인 볼카노프스키와 전 챔피언인 홀러웨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볼카노프스키(168cm)가 ‘아웃파이터’라면 키가 큰 홀러웨이(180cm)가 오히려 ‘인파이터’다”라고 평가했다.

정찬성은 21일 싱가포르로 출국하기 전 홀러웨이와 체형과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제자 홍준영(33)을 스파링 상대 삼아 훈련했다. 홍준영은 국내 종합격투기 2개 단체(더블지, AFC) 페더급 챔피언이기도 해 훈련상대로는 제격이다.

정찬성은 “(시합이 없던 1년 4개월 동안) 근력이 전과 다르게 좋아졌다”고 자평했다. 약 5년 전만 해도 미디움(M) 사이즈 티셔츠를 꽉 끼게도 입었다면 최근 늘어난 근육으로 몸이 커져 지금은 넉넉하게 투엑스라지(XXL) 사이즈 티셔츠를 입는다고 했다. 올해 초 한국에서 UFC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는데 어깨부상으로 시합이 무산됐고, 어깨 보강 등을 위해 웨이트 훈련 등에 집중한 결과다. 그는 “근력이 늘어난 게 계체 때 감량하는 데 있어 애를 먹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감량만 잘 거친다면 상대와 대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다”라고 자신했다.

정찬성은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마지막 경기를 하고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그게 ‘다다음’이 되지 않길 바란다. 경기를 보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승리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화성=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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