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버티고 폭우 뚫고… 불굴의 꼴찌, 23분 감동 레이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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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경기 女육상 5000m
캄보디아 삼낭의 질주 큰 화제
“조금 느려도 포기 않고 가야죠”

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경기 육상 여자 5000m에서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홀로 경주를 하고 있는 부 삼낭(왼쪽 사진). 삼낭이 최하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빗물에 섞인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 출처 국제올림픽위원회 홈페이지·프놈펜 포스트
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경기 육상 여자 5000m에서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홀로 경주를 하고 있는 부 삼낭(왼쪽 사진). 삼낭이 최하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빗물에 섞인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 출처 국제올림픽위원회 홈페이지·프놈펜 포스트
눈을 뜨기도 힘들 정도의 폭우가 쏟아졌지만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힘들게 결승선을 통과한 뒤 “살면서 빠르든, 느리든 우리는 모두 같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자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의 부 삼낭(20)은 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2023 동남아시아경기 육상 여자 5000m 경기에 나섰다. 출전 선수 11명 중 10명이 결승선을 통과한 가운데 삼낭만 홀로 뛰고 있었다. 이때 굵은 빗방울과 함께 천둥과 번개가 쳤다. 레이스를 포기할 법도 했지만 삼낭은 계속 뛰었다. 삼낭은 연신 손으로 얼굴에 흘러내리는 빗방울을 훔치며 달렸고 22분54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위(17분00초33)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5분이 넘은 시간이었다. 1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삼낭은 “경주를 포기할 수 있었지만 나는 조국 캄보디아를 대표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운동화 한 켤레로 육상을 시작한 삼낭은 2016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됐고 2021년 국가대표로 뽑혔다. 하지만 오랫동안 앓아왔던 빈혈이 발목을 잡았다. 이날 경주를 앞두고 심각한 빈혈 증상을 호소한 삼낭은 “트레이너가 내 건강을 걱정해 경주를 포기하자고 권했다. 하지만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던 삼낭은 경주 초반부터 뒤처졌다. 삼낭은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가장 늦게 들어왔다는 사실에 실망했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했다”며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의 응원 덕분에 계속 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뒤 삼낭의 경기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며 화제가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결승선을 지난 삼낭의 얼굴에 빗물과 섞인 눈물이 흘렀다”며 홈페이지를 통해 삼낭의 이야기를 전했다. 삼낭은 “경기 뒤 내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이제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고 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삼낭에게 축전을 보내며 “경주 결과와 상관없이 삼낭은 인내와 의지의 힘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훈센 총리는 삼낭에게 1만 달러(약 1337만 원)의 지원금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동남아시아경기#女육상#50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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