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훈련장서 좌완 벤자민과 훈련
최고 시속 149km 공에도 풀스윙… 국내 대표 홈런타자, WBC 인연없어
지난 시즌 부활포로 최종명단 올라… 수비에선 최지만의 1루 공백 메워
37세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무대를 처음 밟게 된 거포 박병호는 이번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국제대회 출전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사진은 박병호가 소속팀 KT의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을 하는 모습. KT 제공
15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 4번 보조구장. 프로야구 KT가 스프링캠프를 차린 이곳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2023시즌 개막(4월 1일)을 앞두고 가장 빠른 페이스로 컨디션을 끌어올린 투수와 타자가 각각 마운드와 타석에 섰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들이 주변에 모였고 전력분석원들은 이들의 대결을 비디오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3월 열리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이강철 KT 감독이 올 시즌 개막전 선발로 낙점한 외국인 왼손 투수 벤자민(30)은 다소 싸늘한 날씨에도 힘 있는 공을 던졌다. 지난해 정규시즌 때 최고 시속 147km였던 패스트볼이 이날은 149km까지 나왔다.
타석의 박병호(37)도 밀리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 밖으로 빠지는 공을 잘 골라냈고, 칠 수 있는 공에는 온 힘을 다해 스윙했다. 약간 빗맞은 공도 힘을 앞세워 안타성 타구로 연결시키곤 했다. 벤자민은 이날 박병호와 강백호(24)를 상대로 21개의 공을 던졌다. WBC 대표팀에 선발된 박병호와 강백호는 이 훈련을 끝으로 소속팀을 떠나 이날 소집된 대표팀에 합류했다.
대표팀으로 이동하기 전 기자와 만난 박병호는 “그동안 여러 국제대회에 출전했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WBC는 처음이라 더 기대된다”며 “여러 가지 여건상 내게는 이 대회가 마지막 국제대회 출전이 될 것 같다. 조금의 후회도 남기지 않도록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이지만 WBC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는 2012시즌에 31개의 대포를 쏘아 올리며 홈런왕을 차지하고도 이듬해 열린 제3회 WBC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포지션(1루수)이 겹치는 이승엽(47·당시 삼성)과 이대호(41·당시 오릭스)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던 2017년 제4회 대회 때는 소속 팀 미네소타에서의 좁은 입지에다 부상까지 겹쳐 출전하지 못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출전한 국제대회는 2019년 프리미어12다. 박병호는 프리미어12에서 타율 0.179(28타수 5안타)로 부진했다.
박병호의 이번 WBC 대표팀 합류는 기적처럼 일어났다. 키움에서 뛰다가 지난 시즌 KT로 팀을 옮긴 그는 하향세를 벗어나 홈런왕(35개)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다. 시즌 중반 오른쪽 발목을 크게 다쳤으나 예상보다 빨리 회복했다. 지금은 수비와 주루 모두 무리 없이 해내고 있다. WBC 대표팀 예비명단(50명)에서 빠졌던 그는 최종 엔트리(30명) 발표 때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번 WBC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대회에서 그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당초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었던 1루수 요원 최지만(32)이 MLB 소속 팀 피츠버그의 반대로 대회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는 최지만 대신 외야수인 최지훈(26·SSG)을 선발했다. 타격뿐 아니라 1루 수비에서도 박병호의 능력을 믿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병호의 백업 1루수로는 강백호가 나선다. 박병호는 “같은 팀 후배지만 나도 백호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백호 역시 내게 1루 수비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어본다”며 “이번 대회에선 나도 백호도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 자신 있게 임해 멋진 모습으로 귀국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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