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꽃사슴’ 사그라들지 않는 불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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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공백 잊게 하는 황연주
지난달 2연속 20득점 이상 등
양효진과 쌍포로 공격 이끌어
현대건설 선두 질주 일등공신

프로배구 V리그 출범 원년인 2005년 신인왕에 오른 황연주는 19시즌째 코트를 지키고 있다. KOVO 제공
프로배구 V리그 출범 원년인 2005년 신인왕에 오른 황연주는 19시즌째 코트를 지키고 있다. KOVO 제공
황연주(37·현대건설)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올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선두 현대건설의 독주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베테랑 황연주다. 지난 시즌 팀이 치른 117세트 가운데 56세트(47.9%)에 출전했던 오퍼짓 스파이커(라이트) 황연주는 같은 포지션의 외국인 공격수 야스민(27·미국)이 지난해 12월 중순 허리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생긴 공백을 채우고 있다.

황연주는 주 공격옵션인 미들블로커 양효진(34)과 더불어 팀 공격의 활로를 뚫고 있다. 11일 현재 득점 25위(151점)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선발로 본격 투입되기 시작한 3라운드 이후 기록만 따지면 순위가 8위(115점)까지 오른다. 같은 기간 공격 성공률(35.66%)도 9위다. 황연주는 지난해 12월 25일 KGC인삼공사전(23점)과 나흘 뒤 열린 흥국생명전(20점)에서 2경기 연속 20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황연주는 2018년 10월 31일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27점을 올린 뒤 4년 1개월 25일 동안 20득점 이상을 기록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제 다른 팀 외국인 선수처럼 파워와 높이로 상대를 압도하지는 못하지만, 코스 공략 등 노련함으로 승부하고 있다.

황연주는 V리그의 살아 있는 역사다. V리그 출범 원년인 2005년 데뷔해 그해 신인왕에 올랐고, 2010∼2011시즌에는 올스타전,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싹쓸이했다. 남녀부를 통틀어 통산 5000득점(5688점), 400서브에이스(458개) 고지도 가장 먼저 밟았다.

황연주가 진정한 ‘기록의 여왕’인 이유는 더 이상 기록에만 연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황연주는 “기록은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다.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한다”며 “후배들이 볼 때 ‘저 언니처럼 선수생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배구를 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현대건설#황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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